세븐틴·아이유 콘서트에 일부 축구팬들 불만 쇄도…왜?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9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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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콘서트
"콘서트 후 잔디 상해서 선수들 경기 불편"
축구팬, 서울시와 시설공간에 민원 제기
잼버리 K-팝 콘서트 당시 일부 팬들 불만
임영웅은 그라운드 객석 없이 콘서트 열어

ⓒ뉴시스
아이유, 세븐틴 등 유명 가수들이 잇달아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열 예정인 가운데, 이에 대해 일부 축구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형 콘서트로 잔디가 훼손된다는 우려 속에 축구계와 가요계 간 감정 싸움과 힘겨루기로 번질 소지가 있어 보인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자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올해 유명 가수 콘서트를 위해 경기장을 빌려줄 예정이다.

규정상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문화 예술 행사에도 대관이 가능하다. 6만6704석 규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은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행사나 종교 행사에도 개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개방 허가 기준 1순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월드컵, 올림픽, 국가대항전 등)와 연고 구단인 FC서울의 축구 경기, 2순위는 아시아 경기 대회 결승과 외국 유명팀 초청 경기, 공공 행사다. 3순위에 문화 예술 행사가 포함돼 있다.

이에 근거해 공단은 올해 축구 A매치나 FC서울 경기가 없는 시기에 유명 가수 콘서트를 유치했다.

그룹 세븐틴이 오는 27일과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팔로우 어게인 투 서울(FOLLOW AGAIN TO SEOUL)’을 연다.
세븐틴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틴은 지난달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이번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리고 5월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와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에서 잇달아 공연할 예정이다.

세븐틴에 이어 인기 남녀 솔로 가수인 임영웅과 아이유가 연이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콘서트장으로 쓴다. 임영웅은 다음달 25일과 26일에, 아이유는 오는 9월21일과 22일에 각각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림픽주경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상징적인 공연장이다. 그간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비롯해 빅뱅, 지드래곤, 싸이 등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올림픽주경기장이 40여년 만에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일이 잦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콘서트장으로 변하자 축구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간 콘서트 개최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축구팬들은 지난해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 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 과정에서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고 이를 계기로 콘서트로 인한 잔디 훼손에 민감해졌다.

지난해 폭염과 부실 운영으로 잼버리가 실패 위기에 직면하자 인기 가수들이 등장하는 폐영식 겸 콘서트가 각국 참가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에 서울시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공했고 잼버리 참가자들은 뉴진스, 아이브, NCT 드림, 있지(ITZY) 등의 공연을 보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와중에 축구장 잔디가 훼손됐고 이후 상당 기간 서울이 연고지인 프로축구팀 FC서울은 손상된 잔디 위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다.

단순히 잔디만 훼손된 것이 아니었다. 콘서트 장소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프로축구 전북현대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이 거론됐고, 이에 따라 전북-인천 간 FA컵 준결승 경기가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 장소는 FC서울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지만 FA컵 준결승은 이미 연기된 상황이었다. 결국 잼버리 사태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던 결승은 단판승부로 축소됐다. 축구팬으로서는 한 경기를 덜 즐기게 됐으며 4강에 오른 팀들은 단판으로 우승자를 가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그랬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콘서트가 예고되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잼버리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일부 축구팬들은 서울시에 콘서트 취소 내지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9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잔디 훼손을 우려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조모씨는 ‘상암월드컵 경기장 콘서트를 막아주세요’라는 제안을 올리며 “지금은 K리그 시즌 중이고 6월 중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며 “지난 몇 년 간 콘서트 이후에 잔디가 상해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상당한 불편함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작년 잼버리 대회 결과 참혹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K리그 시즌만이라도 경기장 대관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글에 96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2명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의 민원 창구인 ‘시민의 소리’에서도 콘서트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부터 콘서트 개치에 반대하는 민원 30여건이 집중 제기됐다.

김모씨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축구팀은 지난 잼버리 사태로 극심한 잔디 손상을 이미 감수했고 손상된 잔디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FC서울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심모씨는 “올해 스타플레이어인 린가드 선수도 오고 역대급 흥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플레이에 악영향을 끼치는 잔디는 축구를 보러 오는 관중들에게도 좋지 않은 인식을 줘서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세븐틴 가수팀의 좌석 예상도가 떴는데 정말 잔디 보호할 목적이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좌석도라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송모씨는 “최대한 잔디 위에 사람이나 기물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사람이 올라가야 하거나 기물이 올라갈 시 충분한 보호재를 설치하고 잔디에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며 “만일 잔디에 손상이 확인될 시 공연용으로 대관을 한 주체에게 분명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설공단은 잔디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시민의 소리 답변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매년 축구 일정과 잔디 관리 필수 기간 등을 최우선으로 운영 중이다. 잔여 일정에 대해 제한적으로 행사 대관을 하고 있다”며 “행사 주최 측에 잔디 관련 매뉴얼을 제공하고 철저히 준수토록 하며 행사 전 과정에 걸쳐 잔디 훼손 방지를 최우선시 하는 등 잔디 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평소 축구를 즐기는 임영웅의 경우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 객석 없이 콘서트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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