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우리 빼고 대화? 황당해…정부는 신뢰 회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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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5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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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나선 전공의 없는 대화 황당"
"면허정지 처분 유예로 설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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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의대별 배정안을 발표한 이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에서 중재에 나서고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유예 처분을 유예하기로 한 가운데,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류옥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의 간담회와 이후 정부의 발표 등에 대해 “황당하다”면서 “사직에 나선 것은 전공의이며 전의교협은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낸 류옥씨는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이 넘는 높은 업무 강도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근거 없는 2000명 증원 정책과 설익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내놓았고, 이에 절망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에 따라 병원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류옥씨는 “이들은 전체 의사의 7% 정도로, 그마저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이자 ‘수련의’”라면서 “여전히 92%에 달하는 의사들은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의교협은 물론 일부 선배 의사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이해 당사자이기도 하다”면서 “수련 주 52시간제, 폭력과 폭언에 따른 수련병원 해제, 교육 중심 수련환경 구성 등에 대해 전공의와 각을 세우는 분들이시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전의교협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면서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했다.

류옥씨는 전날 정부가 의사 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화 언급은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이미 ‘전공의 처우개선 토론회’에 전공의를 부르지 않는 황당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면서 “노비와도 같은 전공의들과의 대화는 거부한 채로, 마름이나 지주와 머리를 맞대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사단체가 요구해온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류옥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2000명은 필수이며, 타협은 안 된다’, ‘의대 정원 확대, 협상과 타협은 불가하다’라고 하신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대화하자는 것에는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옥씨는 정부가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시점을 미루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한다”며 “법적으로 옳고 당당하다면 즉시 면허 정지 처분을 제게 내려달라”고 비판했다.

류옥씨는 “면허 정지는 기본권인 헌법 15조 ‘직업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며 37조에 따라 그러한 조치가 행해질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면서 “또 ‘정당한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통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민 건강과 보건이라는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아 법조계의 주된 의견은 행정 소송이나 위헌법률 심판에서 높은 확률로 정부가 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옥씨는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신뢰 회복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류옥씨는 “정부는 이미 2020년 9월 체결된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 1항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지만, 이미 몇 년 전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주던 수련 보조금도 깎았던 정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조를 투입해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에 투입하겠다지만, 이미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수가를 인상했다가 파업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삭감했던 정부”라면서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국에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교수들은 늘어난 당직과 근무시간으로 지쳤다”면서 “사명감을 가진 전공의들은 병원과 필수의료를 영영 떠나겠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불통과 갑질을 멈춰주시고 고통 받는 ‘을’인 환자와 전공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 제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의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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