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돌봄 절벽은 물론 저출산 극복의 희망을 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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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호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을돌봄교실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호수초 제공
대전호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을돌봄교실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호수초 제공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예비 학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잘 자라준 것에 대한 대견함,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오후 시간 돌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돌봄 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오후 시간의 돌봄 공백은 많은 여성들의 휴직·퇴직 등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의 양육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교육·돌봄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상반기에 5개 지역 200여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해 하반기에 8개 지역 400여개 초등학교로 확대했다.

늘봄학교는 학교 정규수업 외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성장·발달을 돕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범운영에 대해 학부모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 대전호수초, 학교와 마을 공간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돌봄 제공

대전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호수초등학교(교장 김옥세)는 지난해 1년 간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했다. 호수초는 2022년 3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복합화 시설로 개교한 신설 학교로 신도시에 위치한 전교생 900여명의 대규모 학교다. 해마다 학생 수가 증가해 개교 당시 33학급에서 연간 5학급 정도의 증설이 필요한 상태. 맞벌이 가정이 대다수여서 돌봄 공간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호수초는 늘봄학교 시범운영으로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학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호수초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초등돌봄교실 신청을 받은 후 돌봄 대상 학생을 선발하던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오후 시간 희망하는 학생 모두가 학교에 머무르면서 시간대별로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하여 교육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했다.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오후 시간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1월 신입생 설명회를 개최했다. 방학 중에만 또는 짧은 시간만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인 새봄교실로, 늦은 시간까지 돌봄이 필요한 학생 중 1∼2학년생은 돌봄 전담사가 배치된 학교 내 돌봄교실로,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3∼6학년생은 마을 공간(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해 마을 돌봄과 자율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안내했다.

학부모의 양육 상황 변화로 돌봄 필요 시간대가 달라질 경우에는 새봄교실에서 돌봄교실로, 돌봄교실에서 새봄교실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교와 마을 간에 학생들이 이동할 때에는 자원봉사자 동행을 원칙으로 학생의 안전을 확보했다.

호수초가 마을의 공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오후 시간에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운영 체제를 구축한 데는 주민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아파트 시설을 돌봄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주민들이 찬성했다. 아파트 안에 돌봄교실 2실, 방과 후 프로그램 교실 3실을 구축했다.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15명, 마을활동가 3명이 1∼4학년 50여명의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호수초는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의 흥미와 수요를 반영해 문화·예술, 디지털·창의, 교과 보충, 체육 분야의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22~25개 운영해 학기 중 약 930명, 겨울방학 중 약 840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과 대학 연계 프로그램 제공, 지역 주민 초청 발표회를 통해 스프츠 클럽 연계 활동, 메타버스 경험, 무용·연극 융합 프로그램, 생태 탐방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학교 내 돌봄교실에도 연극, 보드게임, 놀이미술, 놀이체육, 로봇코딩 등 양질의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교육부, 2025년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제 완성 목표

지난해 시범운영의 성과에도 앞으로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의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의 이원화된 체제에서 벗어나 교육과 돌봄을 통합 제공하고,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방과 후 활동을 학교 밖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연계 협력해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운영하는 다양한 모형이 제안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시범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와 늘봄학교 확대 요구를 바탕으로 올해 늘봄학교를 전국에 본격 도입해 초등학교 시기의 돌봄절벽을 해소할 계획이다.

기존에 철저히 분리돼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된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에서 통합·개선하고,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누릴 수 있도록 학년별 성장과 발달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이른 하교시간으로 돌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는 1학년 학생은 원하면 모두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6학년 학생에게는 기존의 방과 후·돌봄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는 수준에 맞는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등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2학년 학생까지 무상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안전하고 전문성이 갖췄다고 생각하는 학교 중심의 늘봄학교를 확대해 나가되,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제를 2025년 완성을 목표로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늘봄학교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 기반의 운영체제가 완성되면, 교원은 더 이상 방과후 돌봄 업무를 맡지 않게 된다. 올해는 과도기 단계로서 1학기에는 기간제 교원 등을 배치해 신규 업무가 기존 교원에게 가지 않도록 지원한다.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늘봄학교 전담 실무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큰 학교에 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배치하면서 전담 운영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따뜻한 교육과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희망하는 누구나 만족하며 누리는 늘봄학교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 기업,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늘봄학교가 학교 현장에 안착돼 학생들은 정규수업뿐만 아니라 오후 시간에도 마음껏 뛰놀며 배우고, 학부모는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선생님들은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 늘봄학교 주요 내용

● 초등 1학년부터 ‘누구나 이용’

-‘누구나 이용’ 대상 연차별 확대: (2024년) 초1→(2025년) 초1∼2→(2026년) 모든 초등학생

● 초1 성장 발달에 맞는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상 제공

-학교 적응 지원 및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등

● 미래역량 함양, 진로탐색 등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

●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 체제를 2024년 과도기를 거쳐 2025년

최종 완성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에듀플러스#늘봄학교#대전호수초#방과 후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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