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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경찰간부 승진 후보 “잘 봐달라” 대낮 길거리서 3000만원 건네

입력 2023-11-29 03:00업데이트 2023-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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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위해제 경찰 5명의 대담한 로비
전직 경찰-브로커 거쳐 인사 청탁
돈 건넨후 경정-경감 승진 성공
“인사철마다 줄대기 경쟁” 목소리
인사 비리로 지난주 직위해제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 5명이 2021년 1월 초 승진 후보 5배수 발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승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검경 사건 브로커’ 성모 씨(61) 등에게 경정 승진은 3000만 원, 경감 승진은 1500만∼2000만 원을 주며 인사청탁을 했는데 대낮에 길거리와 주차장 등에서도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승진 기준이 모호해 외부 입김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대낮에 길거리에서 금품 건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직위해제된 경찰들이 돈을 건넨 시기를 2021년 1월 5∼9일로 파악했다. 2021년 1월 6일 승진 후보 5배수 발표를 전후해 집중적인 로비가 진행된 것이다.

직위해제된 5명은 모두 전직 경찰 이모 씨(64)를 거쳐 당시 전남경찰청장이던 A 치안감에게 인사청탁을 했고 승진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와 A 치안감은 2009년 전남경찰청의 한 부서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한 경감 승진 대상자는 5일 오후 2시경 전남 해남군의 카페에서 이 씨를 직접 만나 1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를 직접 알지 못했던 나머지 4명은 브로커 성 씨나 다른 전직 경찰을 통해 이 씨에게 돈을 전했다고 한다. 한 경정 승진 대상자는 2021년 1월 9일 오전 10시경 광주 서구 모 주차장에서 브로커 성 씨를 통해 “잘 봐달라”며 이 씨에게 3000만 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경정 승진 대상자는 같은 해 1월 7일 낮 12시경 전남 목포시 음식점 인근 거리에서 퇴직 경찰을 통해 이 씨에게 3000만 원을 전달했다. 돈이 건네진 장소는 호텔, 주차장, 카페, 길거리 등으로 다양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탁자 5명에게 받은 1억15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제외한 1억500만 원을 A 치안감에게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전남청장에서 물러나 퇴직한 A 치안감은 이달 15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 심사 승진 경정·경감 13%가 비리 연루


청탁과 부정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2021년 1월 14일 인사에선 이번에 직위해제된 5명(경정 2명, 경감 3명)을 포함해 전남청에서 경정 7명, 경감 32명이 승진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진했다. 그런데 39명 중 5명(13%)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것이다. 경찰 안팎에선 드러나지 않은 승진 청탁이 더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찰 승진은 시험승진과 심사승진이 주를 이루고 특별승진과 근속승진은 해당되는 이들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적용된다. 그리고 시험승진은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적이지만, 심사승진은 기준이 모호해 외부 입김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심사승진의 경우 비슷한 실력이면 연줄에 의해 승진자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인사철만 되면 경찰 다수가 줄을 대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심사승진은 승진심사위에서 결정되는데 △현 계급에서의 연도별 근무 성적 △상벌 내역 △소속 경찰기관의 장의 평가·추천 △적성 등이 반영된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고과 과정, 지휘관 추천, 승진심사위 등 최소 세 번 주관적 평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심사승진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시험승진과 심사승진의 비율이 5 대 5지만, 2026년까지 이 비율을 3 대 7까지 조정한다는 것이다. 승진시험 준비에 몰입하면서 경찰들이 본업에 소홀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 같은 인사청탁 비리를 막기 위해선 심사승진을 결정할 때 객관적 지표가 되는 업무성과를 중점적으로 보고 적성 등 주관적 여지가 높은 영역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단독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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