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변경 차량과 일부러 ‘쾅’…바퀴에 발 쓱 밀어넣는 보험사기범들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1월 20일 13시 51분


지난 9월 울산 동구의 한 도로에서 적발된 고의 상해 유발(발 넣기)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지난 9월 울산 동구의 한 도로에서 적발된 고의 상해 유발(발 넣기)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차선을 바꾸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상대로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보험금을 받아 챙긴 보험사기범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20일 울산경찰청은 지난 4월~10월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단속에 나선 결과 210건을 적발해 131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보험사기 유형은 △고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과장 신고 △병원·정비소 등의 허위·과장 보험금 신청 △견적서·시공증명서 등 서류 조작으로 보험금 청구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차선을 변경하거나 교통지시를 위반하는 차량과 사고가 나면 무조건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배달업 종사자 2명을 중심으로 한 피의자 58명은 차량 2대에 나눠 타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등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1억37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요 피의자의 가족, 친구, 애인 동네 선후배들이다. 피해 액수를 늘리기 위해 범행 계획을 모르는 지인들도 차에 태워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에 가담한 지인들에게는 10만~30만 원씩 수고비 명목으로 주어졌다. 가담한 지인 중 단순히 수단으로만 이용돼 일회성에 그친 경우는 불송치, 고의성이 인정된 경우는 송치됐다.

또 다른 일당은 보험설계사 A 씨의 친구·지인 등으로 엮인 18명이다. 이들은 이면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접근해 고의로 충돌하는 방법으로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1회에 걸쳐 2억5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보험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지식을 이용해 다른 차량이 진로를 변경하거나 좌회전하기 위해 가까워지면 일부러 충돌하는 범행 수법을 다른 피의자들에게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버스 기사 B 씨는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차선 변경 차량에 일부러 접근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가벼운 사고에도 과잉 진료를 받는 방식으로 2020년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41회에 걸쳐 78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B 씨의 범행 대부분은 업무상 운행하는 버스로 이뤄졌다. 그는 승객을 태운 채 사고를 내 다치게 하기도 했다.

보행자가 차량을 상대로 일으킨 단독 범행도 있다. 40대 C 씨는 울산 동구 방어동 일대에서 정차·서행하는 차량 바퀴에 발을 밀어 넣어 다친 척하는 방법으로 지난 8월과 9월 두 달간 약 10회에 걸쳐 합의금·보험금 550만 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울산경찰청 교통조사계 관계자가 20일 울산경찰청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진행한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 교통조사계 관계자가 20일 울산경찰청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진행한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사고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사실을 의심한 보험회사가 경찰에 자료를 제공하거나 피해 차량 운전자가 직접 신고하면서 검거됐다.

이들로 인한 총피해 금액은 12억8000만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27% 증가한 것이다. 적발 건수는 210건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고의사고가 127건(61%)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법규를 잘 지키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며 “보험사기가 의심될 경우 블랙박스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보험사기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전가하고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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