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으로 기억되길” 제빵사 꿈꾸던 스물셋, 6명 살리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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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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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희수 씨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희수 씨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제빵사를 꿈꾸던 2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후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정희수 씨(23)가 지난 8월 19일 고대안암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좌우), 간장(좌우), 신장(좌우)을 6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 7월 30일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정 씨 부모는 딸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다시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심장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린 자식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정 씨 부모는 세상에 왔던 딸이 빛과 소금처럼 좋은 일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정 씨는 2녀 중 막내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주변에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정 많은 사람이었다.

가족 앞에서는 쾌활했지만 부끄러움이 많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수줍음을 타기도 했다.

정 씨는 제과 제빵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리스타로 일하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다.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었지만 아침 7시 출근에도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

정 씨 어머니 김혜정 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희수야. 아빠, 엄마, 언니에게도 너무 소중한 아이였지만 하나님이 하늘에 천사가 필요했나 봐.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다 갔지만 영원히 잊지 않고 마음속에서 함께 할게. 너무 사랑하고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꿈을 미처 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떠난 기증자 정희수 씨와 다른 아픈 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해 주신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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