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해, 징역 30년’ 뒤집혔다… 대법 “증거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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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게 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여성의 상고심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2021년 5월 26, 27일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담긴 음식물을 남편에게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남편은 아침 출근길에 A 씨가 건넨 미숫가루를 마셨고, 퇴근 후 A 씨가 건넨 흰죽을 먹은 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한 남편에게 A 씨가 찬물을 건넸는데 이를 마시고 1시간~1시간 반 지난 후 남편이 사망했다.

검찰은 A 씨에게 2015년부터 내연관계를 이어온 남성이 있었다며 A 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남편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사망할 당시 A 씨는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 니코틴을 소지하고 있었다. 또 A 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에 니코틴이 포함돼 있었다고 인정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미숫가루와 흰죽에 따른 통증은 니코틴 때문이 아닐 수 있다며 찬물을 마시게 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 형량은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줬다는 물컵에는 3분의 2 이상 물이 남아있었다. 피해자가 A 씨가 준 찬물을 거의 마시지 않은 것”이라며 “컵의 용량, 물의 양, 피고인이 넣은 니코틴 원액의 농도와 양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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