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때문에 배송 못해 죄송”…문자에 성금 모은 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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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5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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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회의 카카오톡방에 택배기사 정순용 씨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자 보인 반응. MBC 뉴스 유튜브 캡처
입주자대표회의 카카오톡방에 택배기사 정순용 씨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자 보인 반응. MBC 뉴스 유튜브 캡처

아파트에서 택배 배송일을 하다 쓰러진 고령의 택배기사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해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MBC 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를 담당하는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정순용 씨(68)는 업무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정 씨와 함께 일하는 아내 주홍자 씨(64)는 며칠 전부터 좋지 않았던 남편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곧장 병원으로 남편을 데리고 갔다.

정 씨는 매일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고 이를 미룰 수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배송에 나섰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확인한 결과 정 씨는 혈관 내 혈전으로 인해 조금만 늦었어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곧바로 수술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내 주 씨는 남편의 입원 이후 이날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하여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심장 수술 중입니다. 부득불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조속히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사과 메시지였다.

주 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정 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를 들은 입주민들은 “택배기사 부부가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배송하시던데 마음이 안 좋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택배 배송은 정 씨 부부의 아들이 밤 11시 30분까지 대신 마쳤다고 한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19일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며 모금 운동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정 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너도나도 동참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당초 27일까지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총 107세대가 참여하면서 이틀 만에 목표액인 100만 원을 훌쩍 넘는 248만 원이 모였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정순용 씨를 위해 모금한 성금을 전달한 내용. MBC 뉴스 유튜브 캡처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정순용 씨를 위해 모금한 성금을 전달한 내용. MBC 뉴스 유튜브 캡처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 22일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성금을 정 씨에게 전달했다.

아내 주 씨는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다 보니 택배 배송 업무가 빠르지 않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오히려 도움을 주다니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씨 또한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전달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며 “아파트 거주자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선한 분들이 많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씨는 지난 24일부터 업무에 복귀해 근무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누리꾼들은 “최근 택배기사에게 갑질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런 아파트도 있구나”, “이 아파트야말로 명품 아파트다”, “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 “이런 일만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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