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취업난 속 저임금 일자리라도 잡으려 학력을 낮춰 적는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한국도 20, 30대 ‘쉬었음’ 인구가 71만명을 돌파하며 고용 위기가 심화 중이다. AP/뉴시스
“10년 전만 해도 비웃었지만, 이제는 맥도날드에 취업하는 것조차 기적입니다”
최근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라온 한 구직자의 글이 전 세계 취업준비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작성자는 수년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소매점과 패스트푸드점 지원에서 잇따라 탈락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저임금 일자리로 여겨졌던 소매점과 패스트푸드점에 고학력·경력직 구직자들이 몰리며, 고용 시장의 질서가 뒤집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년간의 경력과 학력을 갖춘 지원자조차 단기·저임금 일자리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취업난의 성격이 ‘일자리 부족’을 넘어 ‘구조적 역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하버드 입학만큼 어렵다”… 경력 지우는 고학력자들
23일(현지 시간) 벤징가(Benzinga)에 따르면, 최근 미국 취업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하향 지원’을 택하는 구직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도입한 ‘자동화 이력서 점검 시스템’이 석사 학위나 전문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오버 스펙(Overqualified)으로 분류해 자동 탈락시키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력서에서 학위를 지우거나 기술 자격증, 관리직 경력을 삭제하는 이른바 ‘경력 세탁’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구직자는 “맥도날드 취업이 하버드 입학만큼 어렵게 느껴진다”며 “합격을 위해 자격증과 근무 경험을 모두 빼고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경험과 인턴십을 채워 넣었다”고 밝혔다.
● 한국 2030‘쉬었음’ 인구 71만명… 고용 역전 심화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876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지만,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1만2000명 감소하며 고용 역전 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구직 활동을 중단하고 ‘쉬었음’을 선택한 30대 인구는 지난해 30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대(40만8000명)를 포함하면 무려 71만명 이상의 청년이 노동 시장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AI 전환과 인력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신입 구직자의 진입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알바 시장도‘바늘구멍’… 1건당 4명 넘게 지원
단기 일자리인 아르바이트 시장의 문턱도 높아졌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등록된 알바 공고 1건당 평균 지원자 수는 4.13명으로 집계됐다. 구직자 1명당 선택 가능한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0.24에 불과해,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노동 시장 이탈이 장기화되면 근로 의욕이 꺾여 영구적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금융·심리 지원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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