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신 ‘소문난’ 어때요?”…초등생 편지에 간판 바꾼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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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8일 15시 11분


전주 풍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편지. 전북도교육청 제공
전주 풍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편지. 전북도교육청 제공
“사장님! 마약○○ 대신 소문난 ○○, 대박 난 ○○과 같은 단어로 바꾸는 거 어떠세요?”

18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주 풍남초등학교 학생들은 전주 한옥마을 식음료 매장 두 곳을 방문해 광고 문구에 ‘마약’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손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마약○○’이라는 광고 문구가 자칫 마약을 쉽게 여기게 하고, 외국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풍남초 6학년이라는 한 아이는 “이번에 ‘마약’을 주제로 수업했는데 ‘마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옥마을 곳곳에 있는 ‘마약○○’ 사장님들께 이러한 제안이 담긴 편지를 전달하게 됐습니다”라고 적었다. 아이는 “마약 대신 ‘소문난’ ‘대박 난’ 같은 단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안도 제시했다.

풍남초 학생들이 작성한 편지를 상인에게 전달하는 모습. 전북도교육청 제공
풍남초 학생들이 작성한 편지를 상인에게 전달하는 모습. 전북도교육청 제공
아이들의 진심이 담긴 손 편지에 인근 상인들도 화답했다. 한 상인은 풍남초를 방문해 “풍남초 학생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답장 손 편지와 간식을 전달하고 광고 문구를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풍남초 학생들은 지난달 19~23일 진행된 ‘약물예방 교육주간’ 토론 수업을 통해 이같은 편지를 작성하게 됐다. 김도신 풍남초 보건교사는 5∼6학년 학생 71명에게 학교 인근 상가의 ‘마약○○’ 광고 문구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생각해 보게 했다. 학생들은 직접 편지를 써서 상인들에게 의견을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사는 “학교 주변에서 ‘마약○○’이라는 광고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어 이런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손 편지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상인분들에게도 닿았는지 편지를 전달하고 이틀 뒤 정말로 광고 문구가 ‘마약’에서 ‘원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마약’ 문구에서 ‘원조’ 문구로 바뀐 상가 간판 모습. 전북도교육청 제공
‘마약’ 문구에서 ‘원조’ 문구로 바뀐 상가 간판 모습. 전북도교육청 제공
직접 매장을 방문해 편지를 전달한 학생 대표 황건하·차노영 학생은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기대 반 의심 반이었는데 손 편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너무 뿌듯하다”며 “좋은 결정을 해주신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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