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단청 보수공사에 화학재료 쓴 단청장, 2심도 “정부에 8억 원 배상” 판결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7일 10시 35분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의 단청이 벗겨져 있다. 5년 만에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의 박리박락(균열이 가거나 떨어지는 현상) 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총제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2014.10.28/뉴스1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의 단청이 벗겨져 있다. 5년 만에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의 박리박락(균열이 가거나 떨어지는 현상) 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총제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2014.10.28/뉴스1
숭례문 단청 복구 공사에서 전통 재료 대신 화학 재료를 쓴 단청장과 그 제자가 정부에 수억원을 배상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재차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판사 이원형 심영진 권영준)는 정부가 홍창원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8억2731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액 11억8188만원의 80%(9억4550만원)를 배상 책임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70%의 책임만 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청 작업이 진행 되기 전 전통 재료를 사용할 시 공사에 하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홍 단청장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청공사 시공 중 전통재료 사용에 문제가 있어 하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문화재청 공사기한 연장이나 화학재료 사용을 건의하였으나, 문화재청은 홍 단청장의 의견을 배제한 채 관련 회의 결과에 따라 전통기법에 의한 단청 공사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홍 단청장은 방화로 불탄 숭례문의 단청을 복구하는 공사에 장인으로 참여했다.

당시 정부는 단청공사에 전통 방법에 의해 생산된 안료와 접착제를 사용하기로 홍 단청장과 합의했다.

하지만 홍 단청장은 한씨와 단청공사를 진행하면서 전통 안료와 접착제만 사용하면 색이 변하거나 채색에 장기간 소요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존 합의를 깨고 화학 안료인 지당과 화학 접착제인 아크릴에멀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홍 단청장은 과거 합성 재료로 궁궐 단청을 시공해 본 경험은 있었으나, 전통 재료만 사용해 시공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단청공사가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숭례문 곳곳에 단청 박락 등 하자가 발생하기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보수공사에도 계속 하자가 발생하자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2013년 6월 준공 처리했다.

이후 숭례문이 국민에게 공개되자 단청 박락을 포함한 공사상 문제점이 다수 발견되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다.

결국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2013년 12월~2014년 2월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 단청 박락의 주요 원인은 접착력이 약한 아교층과 접착력이 강한 화학층이 덧칠된 장력 차이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씨를 상대로 전면 재시공 비용인 11억8188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홍 단청장과 한씨는 화학 재료인 지당 및 아크릴에멀전을 혼합해 단청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정부와 협의했던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재료 혼합 사용 사실을 모른 채 홍 단청장과 한씨에게 단청공사 하도급계약상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며 “단청 시공에 있어서 화학 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정부가 계획한 전통 기법대로의 복원에 어긋나고, 계약에서 정한 공사내용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홍 단청장은 단청공사에 아크릴에멀젼과 지당을 몰래 사용하고 공사대금 약 4억9490만원을 편취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