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숭례문의 단청이 벗겨져 있다. 5년 만에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의 박리박락(균열이 가거나 떨어지는 현상) 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총제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2014.10.28/뉴스1
숭례문 단청 복구 공사에서 전통 재료 대신 화학 재료를 쓴 단청장과 그 제자가 정부에 수억원을 배상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재차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판사 이원형 심영진 권영준)는 정부가 홍창원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8억2731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액 11억8188만원의 80%(9억4550만원)를 배상 책임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70%의 책임만 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청 작업이 진행 되기 전 전통 재료를 사용할 시 공사에 하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홍 단청장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청공사 시공 중 전통재료 사용에 문제가 있어 하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문화재청 공사기한 연장이나 화학재료 사용을 건의하였으나, 문화재청은 홍 단청장의 의견을 배제한 채 관련 회의 결과에 따라 전통기법에 의한 단청 공사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홍 단청장은 방화로 불탄 숭례문의 단청을 복구하는 공사에 장인으로 참여했다.
당시 정부는 단청공사에 전통 방법에 의해 생산된 안료와 접착제를 사용하기로 홍 단청장과 합의했다.
하지만 홍 단청장은 한씨와 단청공사를 진행하면서 전통 안료와 접착제만 사용하면 색이 변하거나 채색에 장기간 소요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존 합의를 깨고 화학 안료인 지당과 화학 접착제인 아크릴에멀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홍 단청장은 과거 합성 재료로 궁궐 단청을 시공해 본 경험은 있었으나, 전통 재료만 사용해 시공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단청공사가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숭례문 곳곳에 단청 박락 등 하자가 발생하기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보수공사에도 계속 하자가 발생하자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2013년 6월 준공 처리했다.
이후 숭례문이 국민에게 공개되자 단청 박락을 포함한 공사상 문제점이 다수 발견되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다.
결국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2013년 12월~2014년 2월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 단청 박락의 주요 원인은 접착력이 약한 아교층과 접착력이 강한 화학층이 덧칠된 장력 차이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씨를 상대로 전면 재시공 비용인 11억8188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홍 단청장과 한씨는 화학 재료인 지당 및 아크릴에멀전을 혼합해 단청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정부와 협의했던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재료 혼합 사용 사실을 모른 채 홍 단청장과 한씨에게 단청공사 하도급계약상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며 “단청 시공에 있어서 화학 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정부가 계획한 전통 기법대로의 복원에 어긋나고, 계약에서 정한 공사내용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홍 단청장은 단청공사에 아크릴에멀젼과 지당을 몰래 사용하고 공사대금 약 4억9490만원을 편취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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