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노부부 참변, 열차도 멈춰…충남-전북 주말 400㎜ 물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4일 2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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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돌과 흙이 쏟아져 있었어요. 급하게 대피하라길래 큰일 난 줄 알고 놀랐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노부부가 충남 논산에서 산사태로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 전국서 4000가구 정전…산사태 최고 수준 위기 경보
14일 오전 폭우로 축대가 무너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의 한 도로에서 서대문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와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경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며 고압선이 끊어져 인근 2000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 광산구에서도 오전 4시 반경 폭우에 가로수가 넘어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광산구 송정 1동·신흥동 일대 945가구에 전기와 통신망 공급이 차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도 아파트 지하 전기실로 빗물이 유입돼 1000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를 기록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홍수 경보도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경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 만년교 지점에 대해 오후 2시 20분 홍수경보가 변경 발령됐다. 경보 수위 기준인 4.5m가 넘을 것이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오인 신고가 들어오는 소동도 벌어졌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수색에 나섰다. 3시간 가까이 수색한 결과 경찰은 행인이 하천에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폐쇄회로(CC)TV 장면을 포착해 동일인으로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충남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 충남-전북 최대 400㎜, 장마 최대 고비
이번 주말이 여름 장마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사흘간 충남, 전북 등에는 400㎜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 지역은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청, 호남, 경북 내륙에 100~2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도 300㎜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영남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 제주 산지는 최대 100㎜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도영진기자 0jin2@donga.com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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