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us&]개척자(Frontier)의 정신으로 한계(Frontier)를 넘고 경계(Frontier)를 깨는 ‘이화’만의 연구 지속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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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M 분야 여성 인재 양성, 사회적 책무 및 규범 중시하는 인공지능 연구 집중
- 우수한 여성 연구자 양성, 세계적 연구 성과를 추구하는 연구중심대학
-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초 분야와 응용 분야를 아우르는 창의 연구 생태계 조성성

왼쪽부터 윤주영 교수, 김은미 총장, 김안나 교수
왼쪽부터 윤주영 교수, 김은미 총장, 김안나 교수
이화여대는 5월 31일 137주년 창립기념식을 개최한다. 17대 김은미 총장이 취임한 지 2주년이 되는 해다. 김 총장은 2년 전 13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이화 Vision 2030+’를 선포하고 ‘지속가능 사회를 선도하는 창의·혁신 플랫폼’을 이화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비전 및 목표 중 가장 강조했던 것은 ‘세계적 수준의 성과 창출을 위한 창의연구 생태계 조성’이었다. 또한 핵심과제로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한 지 3년 차로 중간시점이 된 현재, 이화의 ‘창의연구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이 되고 있는지,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의 진행 상황,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이화여대 김은미 총장과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에 선정된 화학나노과학전공 윤주영 교수, 교육학과 김안나 교수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 2년 전 새로운 비전 선포와 함께 ‘연구 중심’ 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셨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김은미 총장 l 대학의 궁극적인 역할은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화여대가 글로벌 여성인재 양성의 역할을 지난 137년간 해올 수 있었던 것에는 성별의 제약이 없는 ‘교육’과 ‘연구’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기도 하다.

‘프론티어 10-10’ 사업은 미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고 이화의 혁신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 ‘선도 분야’ 10개, 미래 유망 연구 ‘도전 분야’ 10개, 총 20개 사업단을 선정해 2025년까지 집중 지원 및 육성하는 사업이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선도 분야 6개, 도전 분야 7개 총 13개의 사업단이 사업을 개시했다.

● 교육학과 김안나 교수님은 1기 ‘도전 분야’에 선정이 되셨고, 화학나노과학 윤주영 교수님은 2기 ‘선도 분야’에 선정이 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각자 사업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안나
교수 l 1기 ‘도전분야’에 선정된 ‘디지털 사회의 미래교육 전문가 양성 사업단’은 디지털 사회의 교육혁신 역량을 갖춘 미래교육 전문가 양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최고 수준의 교육 및 연구 시스템 혁신, 실제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연구 시스템 운영, 국제협력에 기반한 글로벌 교육 및 연구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대학원생들의 연구역량 강화와 빅데이터 기반 연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방법론 워크숍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고, 생성형 AI 교육평가 활용과 같은 기술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첨단 분야의 해외학자 특강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윤주영
교수 l 2기 ‘선도분야’에 선정된 화학나노과학 전공의 ‘미래지속가능 분자설계 연구단’은 화학 기반 에너지·환경·바이오 헬스 분자과학 및 소재 개발 연구팀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먼저, 다공성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MOF)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문회리 교수를 이화 펠로우로 모시게 됐다. 또 세계적인 석학 세 분도 초빙 석좌 교수로 영입했다.

● ‘프론티어 10-10’ 사업뿐만 아니라 R&D 총괄기획단도 발족했다. 이화는 ‘연구중심대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데, 이화가 ‘연구’에 있어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은미 총장 l 이미 한국의 상위 10개 주요 대학 여학생 비율은 약 50%에 육박한다. 이화가 여성 교육을 위한 대학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대학이 가진 목표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이화여대가 해야 할 다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I 분야의 연구에 있어 이화여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여성 진출은 여전히 적다.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며, 인공지능 분야의 사회적 책무성과 규범, 규제, 특히 젠더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야다. 이화는 AI의 전통적인 코어 분야뿐만 아니라 이러한 분야 연구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이화는 학과나 학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통한 연구가 가능한 곳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의 경우 기술에 집중된 연구뿐만 아니라 이화여대의 강점인 인문, 사회, 예체능 등의 전공 보유를 토대로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범대나 법학전문대학원 등과 연계하여 정책적인 연구까지 가능하다.

윤주영 교수 l 이공계의 측면에서 보면 이화가 ‘연구중심대학’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 이공계 ‘여성 과학자 배출’과 바로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여성 과학자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성 연구자의 증가는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므로 이공계 여성 연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 이화여대만의 연구 역량으로 선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챗봇 이루다의 사례를 보면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AI 알고리즘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낸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젠더의 균형을 맞추고, 기술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이화여대가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안나 교수 l 교육과 연구의 측면에서 이화의 역할은 각 분야의 여성 전문가를 배출하고 여성의 관점이 배제되지 않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최근 여자대학의 필요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여러 분야에서 양성평등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여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여자대학이 남녀공학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많은 고등교육연구로도 검증되고 있다.

● 4차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양극화 등 세계는 문명사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겪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있어 대학이 가야 할 교육 및 연구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김은미 총장 l 학교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시스템적인 부분을 신속히 구축하고 학생들의 교육과 교수들의 연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서포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변화 속에 교수자와 학습자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과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젠더갭이 더욱 악화되고, STEM 분야 여성의 참여가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경제 참여 등 복합적인 여성 취약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Global South를 포함하여 여성 빈곤율이 전 세계적으로 상향한 것 등은 이화에 연구, 교육,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이화의 역할은 연구에서도 젠더적 관점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관점, 표본 집단의 구성 등 연구에서도 많은 부분 젠더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 이화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서, 한국에서 여학생에게 교육의 문호는 완전히 열려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다. 또 앞서 언급한 STEM 분야를 보면, 한국에서도 특정 분야는 여학생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에서도 여성들이 차별 없이 모든 분야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하는 것이 이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윤주영 교수 l 한계 없이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므로 전공을 넘어선 학제 간 융합연구를 유도하여 보다 큰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신속한 결과물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긴 호흡의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 연구의 또 다른 역할일 것이다. 이화여대가 창의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기초 연구 분야의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본다.

김안나 교수 l 대학은 우선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유연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한다.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을 탐색할 기회가 많지 않고 대입 준비에 매몰되어 있다가 대학에 와서 무엇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대학은 학생들이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삶의 경험을 폭넓은 맥락에서 보고 그것을 다른 것과 구별해내는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중심대학’을 강조하며 시작된 ‘Frontier 10-10’ 사업을 통해 단시간 내(2023년 3월 1일 기준) 다양한 분야의 33명의 우수·석학 교원들이 초빙되었으며, 남은 기간 더 우수한 교원들이 초빙되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 사업단은 우수·석학 교원 초빙뿐만 아니라, 신진연구인력 및 대학원생 지원, 연구 환경·인프라 확충, 국제공동연구 및 국제화 지원 등 전폭적 지원 속에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137년간 이화여대가 한국 여성인재 교육 기관의 산실이었다면, ‘연구중심대학’을 강조하고 있는 이화여대는 앞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생태계를 구성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해 내고, 최고 수준의 연구력을 보유한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화#여성 인재 양성#인공지능 연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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