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막내딸 생일, 선물도 사놨는데”…스쿨존 참변 초등생 아빠의 눈물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1일 11시 03분


코멘트
사고가 난 펜스 옆에 1.5톤 무게의 어망통이 쓰러져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 뉴스1
사고가 난 펜스 옆에 1.5톤 무게의 어망통이 쓰러져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 뉴스1
“다음 달이 우리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 준비해 보관해뒀는데…이제 전해줄 수가 없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1.5t짜리 원통형 화물에 치여 숨진 A양(10)의 아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경을 전했다. 아빠는 생전 딸의 사랑스러웠던 모습들을 나열하며 딸을 추억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B씨는 “우리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다”며 긴 글을 남겼다.

B씨는 A양을 떠올리며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아이라고 했다. 그는 “엄마에게 카톡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했다. 공부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도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렸다”며 “아이 엄마는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만 8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의젓한 모습을 자랑했다. 그는 “건조기에서 말린 수건을 가득 꺼내 놓으면 소파에 앉아 3단으로 예쁘게 개어 놓았다”며 “일주일 용돈이 정말 적은데 쓰지 않고 모아서 엄마, 아빠 생일선물 사준다고 했다”고 슬퍼했다.

또 “밖에 나갈 땐 엄마 손이 아닌 제 손을 잡는다. 엄마를 언니에게 양보하기 위해서”, “가족들이 부르면 사랑이 담긴 살가운 대답으로 달려온다”, “자기 전 제게 하트 세 개를 보내며 사랑 고백을 여러 차례 했다”, “엄마와 함께 자다가 따로 자게 되자 엄마 내복을 가져오더니 살냄새를 묻힌다고 비비더라. 그 내복을 인형에 싸서 혼자 안고 자던 아이” 등 A양을 추억했다.

28일 오후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인도 펜스(오른쪽)가 파손돼 모래 사대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28일 오후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인도 펜스(오른쪽)가 파손돼 모래 사대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B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사고 당일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더라”라며 “기사로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동생이더라. 그 아이는 경상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동시에 “적재물이 우리 아이를 집어삼켜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이 소용없는 장기 파열로 사망했다”며 “사고 다음 날이 우리 강아지 1품 태권도 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관장님이 빈소에 도복과 품띠를 가져와서 많이도 울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B씨는 “6살에 문화센터로 발레 배운다고 다녔다. 발 찢기를 하기 위해 다른 친구 어깨를 누르는데 친구의 ‘아’하는 소리에 친구 아프게 하는 거 싫다며 많이 울고 결국 발레 수업을 중단했다”며 “손에 작은 가시가 박혀 있어도 울던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어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걱정하고 본인 몸이 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기희생을 하는 아이라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할까 봐 늘 걱정했다”며 “내일이 사랑했던 우리 장모님 기일인데, 장모님과 같은 묘에 묻혔다. A양 태어나기도 전에 장모님께서 돌아가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서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게차로 하역 작업 중이던 원통형 그물망 제조용 실뭉치가 경사길에 떨어져 굴려 내려오면서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을 덮쳤다. 경찰은 해당 그물망 뭉치 작업자 등 현장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