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6개월…관련 법안 46건 발의, 처리는 0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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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쏟아진 법안 중 실제로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여야 각 정당이 참여하는 국정조사까지 벌였지만 실제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이 공동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뒤 재난안전법 33건 발의, 처리는 ‘0’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모습. 뉴스1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모습. 뉴스1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비슷한 사고를 막고 각종 재난 관리 체계 및 교육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46건이 발의됐다. 특히 재난 관리의 근간이 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33건이나 발의됐다. 대다수 법안이 당시 핼러윈 축제처럼 명확한 주최·주관자가 없을 경우 개최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될 때 지자체장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행정안전부 장관이 안전관리계획의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심리상담 지원 대상으로 재난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긴급구조활동과 응급대책 등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등도 포함되는 내용이 담겼다.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 예방 및 사후 수습 대책을 담은 법안들은 정작 참사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여야가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및 탄핵 소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공방만 벌였을 뿐 실질적인 제도를 바꾸기 위한 법안 처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 책임을 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가 오히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면책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책임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정리된 다음 법을 개정하자는 여야 행안위원의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문제에 대해 일제히 입법에 나서고, 정작 사후 처리를 방관하는 국회의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이후 스토킹 행위자 위치 추적 등을 담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5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그나마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국가 등의 책무를 담은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 여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놓고 충돌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지만 여야의 관심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만 쏠려 있다. 야4당은 20일 17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동발의했다.

그러나 이 특별법에 대해 국민의힘은 “재난정치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5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특조위원 추천의 구성이 지나치게 편파돼 있다”며 “추천위원 9명 중 유가족과 야당이 6명을 추천하게 돼 있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총선 때까지 쟁점화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겠다는 총선 전략 특별법”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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