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여 연차도 못써” 반발에… 당정 ‘자유로운 장기휴가’ 법제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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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당정대 조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3.31. 뉴시스
박대출(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당정대 조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3.31. 뉴시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법화에 나선다. 앞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 최대 69시간’ 논란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근로시간제 개편을 주제로 한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 조찬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2030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며 “근로자가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이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MZ세대의 요구를 수용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제 유연화 방안과 함께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을 적립해 사용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발표하며 장기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즉각 노동계와 MZ세대에선 “지금 있는 휴가도 다 못 간다”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세대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간담회에서도 “신입사원이 지난달 며칠 더 일했으니까 3일 더 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가 관련 애로사항을 가장 먼저 고쳐야 한다는 데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정부 여당은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조장하는 문제도 법제화로 해결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포괄임금제의 오남용 근절, 근로자 대표제 보완 등 현장에서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을 방지하는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박 의장은 “방향성은 경직적, 획일적인 1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방침은 분명히 했다. 근무시간 상한선 설정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주 69시간과 같은 프레임에 걸릴 소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주 60시간 미만 상한선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로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 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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