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외도 일삼은 남편…욕했더니 되레 이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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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8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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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건과는 관련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사건과는 관련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결혼생활 20년간 외도를 일삼은 남편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받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유책배우자인 남편이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는 가정주부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저는 어디 하나 특별히 두드러지는 부분 없이 평범한 사람인 데 반해 남편은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 많은 부유한 사업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제 결혼생활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며 “남편은 결혼생활 20년 동안 끊임없이 외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을 만나서 본인 명의의 아파트 중 한곳에서 살게 했다. 저 모르게 둘이서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을 붙잡고 욕을 퍼붓고, 자존심을 상하게 할법한 말들을 했다”며 “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남편은 A씨의 폭언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씨는 이혼만큼은 원치 않았다. A씨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제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해야 하는 건가. 너무 억울하다”며 조언을 구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는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는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도 있다. 김 변호사는 “유책성이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경우”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상대 배우자가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면서 객관적으로는 이혼 의사가 명백할 때 ▲유책성이 상실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했을 때 ▲세월이 많이 흘러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해 책임의 경중이 무의미할 정도가 됐을 때 등이다.

A씨의 폭언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사안마다 다르지만 폭언이 부정행위를 인지하고 난 후에 행해진 것이었고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직접적인 위해, 폭행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며 “그것만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 중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남편이 유책배우자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법원이 이를 채택하게 되면 단체나 개인 등에 업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서 필요한 조사 또는 문서의 등본·사본의 송부를 촉탁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상간자가 주차 등록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출입국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 배우자와 상간자의 출입국 기록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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