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챗GPT 시대에 ‘보편적 과학기술 인력 양성 체제’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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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유한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유한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오픈AI사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의 놀라운 성능에 세상이 놀라고 있다. AI의 발달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챗GPT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로 소통하는 인공지능이다. 챗GPT를 활용하면 대규모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소비자 상담 같은 단순 대면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자료 분석, 평가 등 복잡한 사무직 업무도 인공지능이 조만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 분야의 혁신이 가속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의 확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해서 단순 반복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

그러면 미래에는 어떤 일자리가 남아 있을까. 자연과학 등 연구개발 분야와 기술공학같이 기술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분야는 산업과 인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와 우주개발 분야의 연구와 개발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 만큼 연구와 산업의 확대가 기대된다. 인공지능의 발달 및 활용과 관련된 기술 확산도 관련 분야의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미래의 주된 일자리는 생산직과 사무직 중심에서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직으로 변화할 것이다.

학교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준비를 시켜야 할까. 문제를 발견하고 인공지능에게 질문한 다음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변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 즉 문제해결 능력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은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엘리트 중심의 인력 양성 체제이다. 소수의 엘리트가 과학기술 발달을 이끌 것이라는 과거의 사고방식은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일자리의 주된 영역이 되는 미래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 학생이 연구와 기술 개발의 기초 소양을 갖추고 이를 준비할 수 있는 ‘보편적 과학기술 인력 양성 체제’가 필요하다.

현행 고교 체제에선 과학고가 미래 과학기술 인력 양성의 핵심 교육기관이다. 과학고는 2000년 16개에서 2022년 28개로 증가했다. 학생 수는 3094명에서 687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과학고는 여전히 전체 비율에선 2022년 현재 2373개교의 1.2%에 불과하다. 학생 수도 전체 126만2348명의 0.5%에 머물렀다. 문제는 과학고가 일반고에 비해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과학고가 4.9명인데 일반고는 10.3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22년 학교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 소재 일반고가 400만 원 정도이지만 서울 소재 과학고는 1100만∼1700만 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과학고에 대한 집중 투자는 옳은 것일까. 소수 정예를 대상으로 한 과학고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이들 학교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2007년 과학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추적 조사(2020년 김승택 유한구 백승렬 엄미정 박기범 저·4차 산업혁명 시대 고급인력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2015년 조사에 응답한 237명 중 취업도 재학도 아닌 상태(NEET)가 8.4%, 여전히 대학에 재학 중인 경우가 7.6%에 이른다. 취업자 중에서도 과학기술과 관계없는 보건의료 종사자가 15.9%로 제일 많다. 반면 재료 9.8%, 건설 8.5%, 화학 8.5%, 전기·전자 3.7% 등 과학기술 업종 종사자는 소수다. 현재까지 결과로 볼 때 과학고의 본래 목적인 고급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미래의 직업 세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과학기술 관련 직종이 주된 직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소수 엘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최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어, 미래에 획기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과학기술 인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초중등학교의 교육 단계에서 과학기술 소양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과 인력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과학기술 소양을 모든 학생에게 길러줄 수 있는 학교 교육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유한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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