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일요일→평일 변경
대형마트-SSM 60곳 어제 문열어
마트 노조는 “일요일 빼앗겼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반발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마트 성서점 입구가 마트 이용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입구 왼쪽에는 의무 휴업일 변경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걸렸다. 대구시 제공
“쉬는 날 가족들과 다 같이 장을 볼 수 있어 좋네요.”
12일 오후 2시 대구 서구 홈플러스 내당점을 방문한 정민영 씨(46·여)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평일 저녁에는 체력이 바닥이고, 주말에 마트를 가려 해도 휴업인 날이 적지 않아 불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씨가 “이제 주말에 느긋하게 장을 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들은 “엄마랑 마트 갈 수 있어서 좋다”며 카트를 밀었다.
이날 대구 지역 대형마트 17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43곳 등 의무휴업 대상 60곳은 일제히 문을 열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의 방침에 따라 60곳은 이날부터 매주 일요일 영업을 하고,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전국 광역단체 중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뀐 첫 사례다.
이날 문을 연 대형마트들은 이용객들이 몰리며 종일 붐비는 모습이었다. 달서구 이마트 성서점을 찾은 한 시민은 “일요일에 나들이를 떠날 때마다 ‘다음 주를 위해 장을 봐 놔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며 “주말의 질이 훨씬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마트 근무자 사이에선 “일요일을 빼앗겼다”며 대구시 등을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마트 성서점의 한 점원은 “남들 쉴 때 같이 쉬어야 가족들이 좋아한다”며 “앞으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점포 인근에는 ‘홍준표 시장이 당사자와 합의 없이 일요일을 빼앗으려 한다. 의무휴업 평일 변경 중단하라’ 등의 내용을 담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서비스노조연맹에 소속된 마트노조는 10일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고시를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에 제기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려면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대구시가 (합의 없이)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는 구군별로 모두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한 후 찬성 의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9일 “의무휴업일 전환은 달라진 쇼핑문화와 소비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대중소 유통업체 간 상생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며 “대구시민 쇼핑 편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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