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훔쳐온 국보급 고려불상… 고법, 1심 뒤집고 “日에 돌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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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쓰시마섬서 국내 밀반입
고법 “왜구약탈에도 日사찰 소유권”
불교계 즉각 반발 “대법에 상고할것”
日정부 “불상 조기반환 한국에 요청”

1일 대전고법이 일본 쓰시마섬의 간논지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서산 부석사 제공
1일 대전고법이 일본 쓰시마섬의 간논지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서산 부석사 제공
절도범에 의해 일본에서 국내로 밀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을 일본으로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유권을 주장해온 충남 서산 부석사 측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는 1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상 인도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불상이 일본 쓰시마섬의 간논지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지 11년 만이다

재판부는 “1330년 고려시대 부석사에서 해당 불상이 제작됐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현재 서산 부석사가 과거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로 연속성을 갖고 유지됐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다만 간논지가 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해서 점유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라며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는 이 불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으로 고려시대인 14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2012년 10월 김모 씨 등 한국인 절도범 4명이 간논지에서 훔친 뒤 부산항으로 밀반입해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간논지와 일본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도난품이 분명한 만큼 일본에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석사 측은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3년 2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부석사는 또 “해당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부석사에 반환돼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자 불교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대한민국에 용기 있는 판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한편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불상이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고려불상#국내 밀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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