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문순 출국금지… 檢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데 관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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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시아 입찰방해의혹’ 수사 속도

KH그룹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재직 당시 알펜시아의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사진)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H가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2021년 알펜시아를 인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최문순, 인수 과정 논의 의혹도 받아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최 전 지사가 재직 당시 알펜시아의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입찰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이다. KH의 실소유주인 배상윤 회장에게는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배 회장은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알펜시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에 2009년 건설된 리조트로, 총사업비 1조6325억 원이 투입됐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을 맡았지만 한때 부채만 1조 원이 넘어 2020년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강원도와 강원도개공은 알펜시아의 매각 대금으로 1조 원을 책정했지만 4번의 공개입찰과 2차례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거듭 유찰되며 매각 대금이 80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결국 2021년 6월 최소 매각 대금을 7000억 원까지 낮춰 5차 공개입찰을 진행했고,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라는 2개 업체가 입찰보증금 약 350억 원을 내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강원도개공은 7115억 원의 입찰금을 써 낸 KH강원개발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평창리츠는 알펜시아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바꾼 곳으로, KH강원개발과 함께 KH의 계열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입찰에 따라 유찰되는 걸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입찰 방해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가 2021년 6월 알펜시아 5차 공개입찰 직후 KH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배 회장 등을 만나 인수 과정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최 전 지사는 “KH 임원과 도지사, 도청 관계자들이 참가해 알펜시아 일반 현황과 매각 계획을 소개하고 KH의 입찰 참여와 현지 실사를 요청하는 공식적·공개적 회의였다”는 입장을 냈다.
○ KH, 알펜시아 무자본 M&A 의혹
검찰은 KH가 알펜시아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계열사에 약 45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KH는 알펜시아 인수자금 7115억 원 중 대부분을 외부 금융기관 차입 및 담보대출 등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7115억 원 중 골프장 회원권과 리조트 분양보증금 등 약 2600억 원 등의 채무를 떠안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해 실제로는 약 4500억 원만 인수자금으로 냈다.

KH강원개발은 지난해 2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 원가량을 대출받은 것을 비롯해 계열사인 KH필룩스 등으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대여금을 받는 방식으로 4500억 원가량의 인수대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KH의 다른 계열사들은 KH강원개발에 대여금을 주기 전 대규모 전환사채(CB)를 잇달아 발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자기자본 없이 알펜시아를 인수한 것으로 무자본 M&A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H 관계자는 “금융기관 및 자본유동화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최문순 출국금지#알펜시아 입찰방해의혹#kh#인수 과정 논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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