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프리퀄’ 위례사건 재판 어떻게 되나…재판부 “병합 여부 신속히 결정”[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8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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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위례 공소장에 ‘이재명’ 18차례 적시
병합 결정시 대장동 사건 연내 선고 어려울 듯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29화입니다.》

“새로 기소한 사건을 병합 심리해야 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신속하게 결정하려고 합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57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직접 이 같이 밝혔습니다. 지난달 26일 검찰이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일부 피고인들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합쳐 재판을 진행할지를 검토 중이라는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10년 성남시장 출마 당시 선거 공약이었던 위례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마찬가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 민관합동개발로 진행됐습니다. 2013년 사업자 선정을 거쳐 2016년 1137세대의 아파트 준공을 마친 이 사업에서 특수목적법인(SPC)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약 418억9500만 원의 시행 이익을 거뒀습니다.

위례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줄거리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도 거의 겹칩니다. 위례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중 ‘대장동 5인방’에 포함되는 유 전 직무대리,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외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직원 주모 씨, 민간사업자 정재창 씨는 대장동 사건 재판에 여러 차례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입니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위례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여러 차례 법정에서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위례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대장동 사건의 ‘프리퀄’(prequel·본편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라 할 만합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 본편 공소장에서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 대표의 이름이 속편 공소장에는 18차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 檢, 공소장에 “이재명 시장과 민간업자 이해관계 일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며 지주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정 씨 등은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공사 설립을 통한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고 나서자 사업 기득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들은 민간개발이 안 된다면 민관합동개발로라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당시 성남시의원)을 통해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접근했습니다.

당시 이 대표 측은 자신의 공약인 대장동과 위례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공사 설립이 성남시의회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 등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최 전 의장을 통해 소개받은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을 위해서는 우선 공사를 설립해야 하니 일단 공사 설립에 협조하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후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는 민관합동개발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검찰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장동 토지소유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민간사업자들의 조력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인 최 전 의장의 정치적 협조가 필요했던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 측과 민관합동개발을 추진해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 씨 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후 남 변호사 등은 당시 언론사 기자였던 김만배 씨를 통해 성남시의원들에 대한 로비에 나섰습니다. 2013년 2월 성남시의회는 최 전 의장 등의 주도로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장동 일당과 유착하게 된 유 전 직무대리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은 너희 마음대로 해 주겠다. 내가 다 해결해 주겠다”면서 “대장동 사업만 하고 말 것은 아니지 않느냐. 향후 설립될 공사에서 진행하는 사업들 중에 리스크 없는 사업에 참여시켜 주겠고 돈이 필요하면 시공사와 연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동시에 “다만 나도 좀 커야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컨트롤하려면 총알이 좀 필요하니 돈을 마련해 달라”며 금품을 요구했고, 남 변호사 등은 2013년 4~8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약 3억52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 유동규 “이재명 시장 어떻게 당선시킬지에 초점 맞혀야”

공소장에 따르면 같은 시기 유 전 직무대리는 남 변호사에게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내년(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며 “내년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공사가 설립되면 위례 사업을 민관합동사업으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사업에 어려움이 많으니 방법을 한 번 알아봐 달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합니다.

앞선 2011~2013년 위례 사업 추진이 새누리당 주도의 성남시의회 반대로 번번이 좌초되면서 성남시는 2013년 5월 위례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도 같은 해 7월 시의회에서 “시의회에서 반대하니 더 이상 위례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당시 유 전 직무대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승인 하에” 공식 입장과 달리 위례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 정 씨 등과 사업 수익성을 검토해본 뒤 위례 사업에 참여하면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남 변호사가 준 검토 자료를 본 유 전 직무대리는 “이 자료를 출력해 주면 이재명 시장님께 올라가서 보고하겠다”며 “너희들이 위례 사업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사업계획도 수립해 오면 성남시에서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줄 테니 돈을 좀 만들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위례 사업에서 10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는데 유동규 본부장님이 중간에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며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6월에는 본부장님이 돈을 쓰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2014년 6월 지방선거 무렵 유 전 직무대리가 사용할 자금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라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후 유 전 직무대리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게 남 변호사를 소개해 주며 “남욱 등이 세팅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유 전 본부장은 공사 직원 주 씨에게 실무를 맡겼습니다. 외부에는 위례 사업이 그대로 추진된다는 사실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됐고, 공사 공모지침서 내용까지 정 회계사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든 끝에 남 변호사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2013년 12월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은 공직자인 유 전 직무대리와 주 씨가 이처럼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 사실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식과 수익분배 비율 △사업타당성 평가 보고서 내용 △공모지침서 내용 등의 내부 비밀을 민간업자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에게 누설했다는 겁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위례 사업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이 42억3000만 원가량을, 시공사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169억 원 상당을 배당이익으로 챙겼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 병합 결정 시 대장동 사건 연내 선고 어려울 듯

검찰이 위례 사업과 관련해 유 전 직무대리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주 씨와 정 씨 5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에 배당된 상태입니다. 다만 법원은 1심 단독사건 중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을 ‘재정합의’ 결정을 통해 합의부가 담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대장동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합의22부에 위례 사건이 재배당된다면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해 심리하고 판결도 함께 선고하는 경우 △같은 재판부가 사건을 맡되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는 않고 별건으로 진행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장동 사건 재판은 주요 증인신문 등을 마치고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인데, 위례 사건과 병합이 이뤄질 경우 올해 안에 대장동 사건 선고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 경우 2주 뒤면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유 전 직무대리 등 구속 피고인들의 신병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검찰은 6일 재판부에 병합심리 필요성을 검토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7일 열린 재판에서 남 변호사 측 변호인은 병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증인신문 준비 등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병합에 대한 결정을 신속하게 해주시면 그에 맞춰서 진행하겠다”고 재판부에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답한 만큼 조만간 향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가닥이 잡힐 걸로 보입니다.

● 김만배 측 “정진상 만났다는 말 진심으로 믿었느냐”

지난달 30일 열린 56차 공판에서는 정 회계사에 대한 검찰 측 주신문이 마무리됐고 7일에는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피고인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공모지침서의 이른바 ‘7대 독소조항’이 민간사업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고, 대장동 부지의 택지 예상 분양가를 1400만 원으로 잡은 것 역시 일부러 낮춰 잡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신문을 이어갔습니다.

앞선 55차 공판에서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로부터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김만배 씨 등이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후부터 김 씨가 사업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 측 변호인은 “남 변호사에게 딱 한 번 들은 것이고 그 이후로 들은 사실이 없지 않으냐”며 “실제로 직접 만남이나 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한 사실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 측은 계속해서 “남욱이 전해준 말을 진심으로 믿었느냐”고 따져 물었고 정 회계사는 “믿었다”고 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14일 열립니다. 다음 재판에서도 정 회계사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계속 진행됩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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