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왈왈’…갈등 부르는 층견소음, 어떻게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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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4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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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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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키우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주인으로서는 반려견이 사랑스럽겠지만,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면서 남의 집 강아지 소음을 들어야하는 이웃은 화를 낼 만도 하다.

층간소음에 빗대 이른바 ‘층견소음’이라고 하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갈등의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 사람 같으면 집안에서 조용히 하고 뛰어다니지 말라고 타이르겠지만 강아지는 어렵다. 그렇다고 강아지 성대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집안에서 입마개를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웃더러 마냥 참아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견 주인이 나서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들 조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비용이라고 생각해야한다.

아래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자식 같은 강아지, 성대수술 할 수도 없고…아랫집 항의도 이유는 있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저와 남편은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현재 가족같은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지금 아파트에 3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짖는 소리, 뛰는 소리에 때문에 매트도 깔고 강아지용 장난감 등도 갖추어 주변에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들 짖고 뛰는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강아지들이 말을 잘 안 듣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전 살던 아랫집 이웃은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3년 동안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넉 달 전 새로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같이 저희 부부가 감당하기에 힘든 항의에 시달립니다. 반려견의 층간소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에 미안한 마음에 계속 “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듭되는 항의에 짜증이 나서 최근에는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아랫집 여자는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해 “윗집의 강아지 바닥 긁는 소리, 걷는 소리, 짖는 소리로 살 수가 없다”며 민원을 넣었습니다. 퇴근하면 관리실 전화 받기 바쁩니다.

아랫집은 “집에 들어갈 때 현관문을 닫거나, 집안에서 방문을 닫으면 윗집 강아지들이 짖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소리, 바닥을 한참을 긁는 소리, 정말 끔찍하다”면서 “관리도 못할 바에야 저런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해달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정말 그 정도인지 거실과 현관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가끔 벨소리에 짖는 모습이 보여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참 짖는 것이 아니었고, 한 두번 짖고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있거나 밥 먹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어느 날은 벨소리나 인기척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놀라 짖어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CCTV 자료를 가지고 관리실에 가서 짖는 부분은 사과말씀을 전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아랫집 주장처럼 매일같이 몇 시간 계속 짖거나 움직이지 않는데, 혹시 다른 집에서도 키우는 반려견이 있지 않을까 문의하였습니다.

관리소에서는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아래층에서 계속 천장을 두드린다고 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강아지가 더 놀라 계속 날뛰는 거였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반려견을 자식처럼 여기고 키우고 있습니다. 주변으로부터 미움 받으며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웃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싫습니다. 어떻게 더 유의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반려견의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고, 인근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짖는 소음이 80db로 소음기준의 2배 가까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들의 심정을 고려하면 반려견의 성대수술이나 소음방지기 착용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첫째, 현재 설치된 매트의 위치를 바꿔보기 바랍니다. 반려견이 자주 이동하는 모든 동선에 꼭 매트를 설치해야 합니다. 반려견이 밥을 먹는 곳 및 현관 복도, 침대 생활을 같이한다면 방에도 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소음 방지 조치입니다. 흡음재로 벽과 천장 곳곳에 설치하고, 방음효과가 있는 벽지 또는 중문 등을 설치하여 외부 소음의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 소음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셋째, 외출 또는 출근 시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에 대한 반응을 줄이기 위해 집안에 라디오나 TV소리를 약하게 틀고 외출하면 반려견이 짖는 현상이 확연하게 줄어 들 것입니다.

먼저 이러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아래층에서 천장을 두들기면 강아지가 더 짖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십시오. 장기적으로는 반려견 전문가를 통해 기본적인 훈련을 받거나 산책과 운동을 통해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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