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방역’ 없는 피서지 노마스크 파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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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대 인근 게스트하우스
60여명 좁은 실내서 노마스크 밀착… 부산 찾은 20대 “숙소서 30명 파티”
“피서지 인파, 자율방역 미작동 의미… 코로나 폭발적 재확산할 수 있어”

지난달 28일 밤 강원 강릉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객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티가 열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은 청년들이
 게스트하우스 파티 등에서 마스크 없이 어울리는 것을 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지난달 28일 밤 강원 강릉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객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티가 열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은 청년들이 게스트하우스 파티 등에서 마스크 없이 어울리는 것을 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렇게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취업준비생 김모 씨(27·서울)는 지난달 28일 기분전환차 강원 강릉시를 찾아 경포대 인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숙박비를 포함해 한 사람당 8만 원만 내면 일부 주류가 무제한 제공되는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3층 실내에서 진행된 파티는 오후 7시 반부터 시작됐는데 20, 30대로 보이는 남녀 60여 명이 참석했다. 장소는 4인용 테이블 10여 개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몸이 닿을 정도로 붙어 앉아 술을 마시며 게임을 했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을 권하기도 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주말에는 100명이 넘는 여행객이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파티를 즐긴다고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휴양지를 찾은 젊은층이 파티 등에서 마스크 없이 단체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방역 불감증’이 감염증 재확산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파티장 ‘노마스크’…“방역 이젠 유명무실”
파티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오후 10시가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에 취한 참가자들은 게스트하우스 지하에 마련된 공간으로 이동했다. ‘클럽’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다들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일부는 15만 원을 더 내고 양주를 시킨 뒤 자리를 잡고 합석을 유도했다. 클럽은 밤 12시 넘어서까지 문을 열었다.

이처럼 피서지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성행하는 파티는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송모 씨(29·서울)는 휴가를 내고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송 씨는 술도 마시고 잠도 잘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파티장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했다. 그가 지난달 29일 파티장에 들어서자 이미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마스크를 벗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송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여름에 집에만 있긴 아쉬웠다”며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보면 이제 코로나19 방역은 유명무실해진 것 같다”고 했다.
○ 자율방역 유지 방침, 재확산 고리 될 수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자율방역 기조를 유지하되 이용객이 많은 대형 해수욕장 상위 50곳을 정해 ‘혼잡도 신호등’ 서비스를 제공해 피서객을 분산시키는 등 방역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서지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전국에서 몰린 이들이 뒤섞일 경우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재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서지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건 정부가 내세운 자율방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휴가철 이후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위중증 환자 수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휴가지에서도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지키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자율방역#피서지#노마스크#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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