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중고교 중위권 붕괴…고2, 6명중 1명 ‘수포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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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고교생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고교생 중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의 비율은 현재 방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까지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중위권과 하위권 학생이 동시에 붕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매년 전국의 중3과 고2의 3%를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당초 전수조사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제고사’ 축소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표집조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평가 대상 학생은 2만2297명이었다.
● 중고교 모두 중위권 붕괴…고2, 6명 중 1명 꼴 ‘수포자’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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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대부분 교과에서 보통학력(중위권) 이상 비율이 전년보다 감소해 코로나19 발 중위권 붕괴가 심화되는 것이 드러났다. 고2의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77.5%에서 2020년 69.8%, 2021년 64.3%로 꾸준히 하락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교에 오면 도서관도 있고, 과목별로 필독도서 등을 함께 읽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원격 수업이 계속되면서 이런 활동을 하지 못해 학생들이 독해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2의 영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78.8%, 2020년 76.7%, 2021년 74.5%로 떨어졌다. 수학은 2019년 65.5%에서 2020년 60.8%로 감소한 뒤 2021년 63.1%로 소폭 상승했으나,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중3 역시 국어 수학 영어에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82.9%, 2020년 75.4%, 2021년 74.4%였으며 수학은 2019년 61.3%, 2020년 57.7%, 2021년 55.6%로 내려앉았다. 영어는 2019년 72.6%, 2020년 63.9%, 2021년 64.3%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고교에 입학한 고2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수학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20년 13.5%에서 2021년 14.2%로 증가해 6명 중 1명 꼴로 ‘수포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어는 2020년 6.8%에서 2021년 7.1%, 영어는 8.6%에서 9.8%로 증가했다. 반면 중3은 국어 수학 영어에서 모두 전년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감소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중3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에서 정시 확대 등을 고려해 사교육에 투자를 더 많이 했을 수 있다”며 “고교생은 대학 입시도 수시 위주 전형이 많아 내신에 신경을 덜 써 이미 학력이 고착화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로 2024년부터 초3~고2로 평가 확대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하락이 확인되자 올해 9월부터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 도입해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이 기초학력 평가 전수조사를 약속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현재 지필고사와 다른 만약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가 도입되면 평가 대상도 올해 초6, 중3, 고2에서 내년 초5·6, 중3, 고1·2로 확대된다. 2024년부터는 초3에서 고2까지 평가를 볼 수 있다.

다만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는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모든 학생들이 교과별, 영역별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력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컴퓨터 기반 평가를 올해 처음 해보고, 정말 필요하다면 고민을 더 해보겠다”며 “만약 전체 학생이 본다면 서버 용량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시기를 달리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외에 국어, 수학 수업에 교사나 강사 2명을 배치하는 협력수업 운영 학교를 확대하고 대학생 멘토링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 내에 교감, 담임, 상담, 특수, 보건교사로 구성된 다중지원팀 운영 학교도 늘어난다. 학습종합클리닉센터도 총 193곳 설치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된 기초학력 보장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A고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막대한 예산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기존 교사 인력을 활용하거나 대학생 멘토링 정도에 불과해 실제로 아이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초학력 보장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평가는 지난해 9월 14일 시행돼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계속 누적되어 오던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현재 초중등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방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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