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딸 묻지마 폭행한 男, ‘조현병 심해졌다’며 맞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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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24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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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앓는 남성이 14개월 아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붙잡고 뒤로 넘어뜨리는 모습. YTN 방송화면 캡처
조현병을 앓는 남성이 14개월 아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붙잡고 뒤로 넘어뜨리는 모습. YTN 방송화면 캡처
갓 돌 지난 아기를 묻지마 폭행한 남성을 쫓아가 뒤통수를 때린 아이 아버지가 남성으로부터 맞고소를 당해 검찰에 송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YTN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대 남성 B 씨가 갑자기 이들 가족에게 다가오더니 14개월 아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붙잡고 뒤로 확 넘어뜨렸다. 놀란 아기 엄마가 뒤늦게 손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기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엄마가 떨어진 아이를 황급히 안아 올리는 사이 B 씨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 식당을 빠져나갔다. 아빠 A 씨는 그런 B 씨를 곧바로 쫓아가 뒤통수를 두어 차례 가격했고, 이 모습은 식당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소아 응급 환자를 받는 대형 병원이 없어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아기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A 씨 부부는 현재 아이 상태에 대해 “한 번씩 자다 깨서 비명을 지른다”고 전했다.

가해 남성인 B 씨의 부모는 아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 부부는 B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며칠 뒤, A 씨 역시 피의자로 입건됐다. B 씨 측이 A 씨가 사건 당시 B 씨의 뒤통수를 여러 차례 때렸다며 폭행 혐의로 맞고소한 것이다.

B 씨 부모는 “당시 아들이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아들 역시 A 씨의 폭행으로 상태가 악화해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정당방위라며 경찰에 호소했지만, B 씨를 때린 시기가 아기를 폭행하던 당시가 아니라 사건이 종료된 이후였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검찰에 송치됐고, 직장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될 처지에 놓였다. A 씨는 “어느 아빠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도 “제가 이성을 잃고 행동해 딸이 당한 피해가 묻히는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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