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반발’ 현직 부장검사 첫 사의…“대통령 입장 밝혀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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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검찰 내 집단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 지휘부의 행보를 비판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가 13일 사의를 밝혔다. 민주당인 12일 의원총회을 열어 검수완박 입법 당론 채택 뒤 검찰 구성원이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렸다. 이 부장검사는 사직 글에서 “그만 두겠다고 마음 먹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면서 20년간 자신이 직접 수사했던 경험과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수사팀 일원으로 참여했던 2006년 론스타 사건,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2017년 삼성 노조 와해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 사건의 경우 원래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돼 검찰이 여러차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했음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 부족해 결국 검찰에 송치된 이후의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사안”이라고 했다. 또 “삼성그룹 노조파괴 공작 역시 여러 차례 근로자들과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경찰과 노동청에 민원을 넣는 등 의견표명이 있었으나 검찰에서 수사가 있기 전까지는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었고, 삼성은 이를 철저히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 등에 대해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 특장이 다르다”면서 “경찰이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일단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그로 인한 공백은 장기적으로 논의하자’고 한다“면서 ”수십 년이 지나 경찰 수뇌부가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장기에 이르는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 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 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 당선인에게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의 사직 글이 게시되자 검찰 구성원들은 ‘재고를 부탁드린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전국 평서가 대표 회의를 개최하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대전지검 평검사 일동은 12일 오후 검찰 내부망에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개최를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전지검 평검사들은 ”전국의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수사과정에서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겪게 될 부작용, 사건 암장 위험성과 범죄 은폐 가능성의 증대 등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어 ”이에 맞서 범죄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수사현장의 실무자적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들은 13일 오전 10시부터 검사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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