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결정 기대했는데 유감”…檢, 민주 ‘검수완박’ 당론에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2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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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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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집단사직 밖에 없다.”(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장)

“총장을 비롯해 지휘부가 당장 사퇴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오후 검찰 내부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검찰 지휘부가 집단사표를 내며 결사항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에서 논의했던 방안대로 단계별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 입장 표명 안 한 김오수 총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긴급회동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긴급회동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7시경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 명의의 입장문은 나오지 않았다. 김 총장은 전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사의’를 표명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총장이 당장 사표를 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총장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무작정 사퇴가 해법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수사권이 없어지면 국민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취지의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국민성명을 내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역량은 감소해도 범죄 총량은 감소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부터 일반인들까지 고소·고발 하려는 이들이 수사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끝까지 입법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중대범죄 대응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십년 간 쌓아온 검찰 특수수사 능력이 공중분해되게 생겼다”며 “증권금융범죄의 경우 20년 가까이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 협업 체계를 만들었는데 범죄자들만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채택된 민주당 당론이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하는 식이어서 “대안 없는 졸속 입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로부터 뺏은 수사권을 경찰에 주겠다는 것인지, 별도 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없다”고 했다.
● 강경론 VS 온건론… 엇갈리는 검찰
검찰 내부에선 지휘부가 총 사퇴를 해 입법 저지에 결의를 보여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이제 더 이상 검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단계별로 총장과 고검장, 검사장 등 위 직급부터 내려오면서 간부들이 집단사표를 쓰는 것이 유일한 무기”라고 말했다.

반면 지도부가 당장 사퇴하기보다 국회 본회의 논의, 법안 통과 등 단계별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대검과 일선 지검에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막판에 법안을 졸속 처리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경우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저지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장관은 “갈 일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며 사실상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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