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헬륨가스 질식사… 사고위험 큰데 청소년도 쉽게 구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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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가스 마시고 숨진 채 발견… 2002년 목소리 변조 장난 2명 숨져
유튜브 ‘헬륨 먹방’, 모방 사례 많아… 과다 흡입땐 산소 차단해 사망 위험
연령 제한 없이 온라인 구매 가능… 사이트 20곳중 13곳 위험 안알려
전문가 “위험문구 표시 의무화를”

한 유튜버가 헬륨가스를 흡입한 후 리코더를 부는 모습. 헬륨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한 유튜버가 헬륨가스를 흡입한 후 리코더를 부는 모습. 헬륨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인천의 한 중학생이 온라인에서 구입한 헬륨가스를 마신 뒤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헬륨가스 유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륨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잠시 변하는 까닭에 장난스럽게 흡입하고 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지 않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질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지나치게 흡입하면 질식 위험
6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50분경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방에서 중학생 A 군(14)이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 군이 헬륨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가 A 군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부모에 따르면 A 군은 최근 인터넷으로 헬륨가스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구매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002년에도 경남 함안에서 중학생 2명이 애드벌룬에 있는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장난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가 독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는 “헬륨가스를 지나치게 흡입하면 폐의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5∼10세가량의 어린이들이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영상이나 상당량의 가스를 한꺼번에 들이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헬륨가스 먹방’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의 ‘헬륨가스를 마시고 리코더 불기’ 영상은 조회 수가 34만 회에 이른다. 파티, 모임 등에서 장난처럼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놀이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유튜브 영상을 모방해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아동, 청소년이 적지 않다”며 “장난의 일환으로 들이마셔도 괜찮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 “위험성 고지 의무 강화해야”
헬륨가스 과다 흡입의 위험성을 홈페이지상에 고지한 온라인 판매처는 많지 않았다.

6일 본보가 헬륨가스 및 헬륨 풍선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20곳을 확인해 보니 “헬륨가스를 과다 흡입할 경우 질식 우려가 있다”고 공지한 판매처는 7곳에 불과했다. 일부 사이트가 “만 14세 미만은 이용을 삼가 달라”고 권고한 정도였다. 헬륨가스 판매 사이트 운영자 B 씨는 “포장 박스에는 위험성과 사용법을 표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홈페이지에 명시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 위험성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교수는 “구매자에게 위험성을 설명하는 문구를 더 명확하게 표시하게 하고 동시에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판매처가 홈페이지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헬륨가스 흡입의 위험성을 알리고 판매자가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계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중학생#헬륨가스#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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