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구청용역, 한밤 몸싸움…마장동 먹자골목서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7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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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2분쯤 먹자골목 내 식당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2022.3.19/뉴스1
19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2분쯤 먹자골목 내 식당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2022.3.19/뉴스1
“손대지 마세요.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펜스를) 설치하지 말라니깐요!”

25일 오후 10시경,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골목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굴착기 앞을 상인 20여 명이 막아서며 고함을 질렀고, 이어 성동구청에서 고용한 용역직원 90여 명이 이들을 떼어 놓으려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 상인-구청 한밤 충돌, 4시간만에 일단락


성동구청과 상인들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19일 먹자골목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부터다. 당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점포 8개가 전소됐다. 구청은 먹자골목 전체가 무허가인 만큼 화재를 계기로 철거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상인들은 “성동구청의 기습 점포 철거를 막겠다”며 자비로 먹자골목 주변에 펜스를 설치했다. 그런데 25일 구청 측 용역직원들이 ‘안전 상 문제가 있으니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를 철거하고 구청이 새로 펜스를 설치하겠다“며 굴착기를 앞세워 들어오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성동구청 측은 26일 새벽 2시경 상인들의 펜스 위에 구청 측 펜스를 덧대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또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붙이고 떠나면서 4시간의 긴박한 대치 상황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팔과 손가락 등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상인 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 국공유지 점거한 무허가…당분간 갈등 지속될 듯


대치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성동구청과 상인들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장동 먹자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정부가 마장동 소 도축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있던 무허가 점포를 현재의 국공유지로 몰아내면서 조성됐다.

성동구청 측은 “무허가인 만큼 상인들과 합의해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공시설물과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시민들에게 땅을 돌려달라’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는 것도 구청 측에는 부담이다.

반면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상인 A 씨는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온 만큼 철거 대신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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