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기간 지나면 치료비 지원 못받아…환자 몫 된 ‘52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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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이송하는 의료진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2022.3.14/뉴스1
환자 이송하는 의료진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2022.3.14/뉴스1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격리기간(현행 7일)을 기준으로 하는 정부의 장례비와 입원치료비 지원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망일 하루 차이로 장례비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액의 병원비 부담을 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모 씨(45)의 아버지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를 받던 중 8일째인 이달 2일 숨을 거뒀다. 박 씨는 시청에 장례지원금 1000만 원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실직한 박 씨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시청은 “격리기간 7일에서 하루가 더 지나 사망했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아니다”는 했다. 박 씨는 “장례비를 받자고 가족의 연명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는데, 확진 뒤 생존 기간을 기준으로 정부가 위로금을 주고 말고 한다는 건 패륜적”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코로나19 장례비 1000만 원은 제한된 방식으로 이뤄지는 장례 진행에 유족이 협조하는 것에 대한 위로금 성격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는 전파 위험을 방지하고자 유리창 너머로 시신이 담긴 밀봉 비닐 백을 잠깐 열어 고인의 얼굴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측은 “격리가 해제되면 시신에 의한 전파 위험이 없다고 보고 장례 절차도 제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원금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정부 지침과 달리 격리해제 이후 사망자도 격리기간 내 사망자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장례식장 관계자는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명시돼있다면 격리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장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 치료비 지원도 마찬가지다. A 씨(33)의 어머니(71)는 지난해 12월 21일 확진 이후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입원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인공심폐기)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다. 격리기간(당시 10일)에 해당하는 입원 치료비는 전액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그 뒤 약 3개월 치 치료비 5200만 원은 온전히 A 씨의 몫이 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치료비는 전파 우려가 높아 강제 격리한 부분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A 씨는 “어머니는 코로나19로 호흡부전이 왔고, 폐가 섬유화됐다”며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인데 부담은 개인이 모두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재난지원금을 남발했지만 정작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만들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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