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사라진 대구…“식당출입 편해져” “감염 확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4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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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식당 내부 카운터 위에 놓인 방역패스 확인용 단말기가 꺼져있다. 업주 임석기 씨는 “여전히 방역패스 해제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 단말기를 아예 꺼뒀다”고 말했다.
24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식당 내부 카운터 위에 놓인 방역패스 확인용 단말기가 꺼져있다. 업주 임석기 씨는 “여전히 방역패스 해제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 단말기를 아예 꺼뒀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 안 보여주셔도 됩니다. 추우니까 얼른 들어오세요.”

24일 오전 11시 반경 대구 중구의 한 식당 입구 카운터에 서 있던 업주 임석기 씨(58)가 말했다. 카운터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방역패스 확인용 단말기는 전원이 꺼진 채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임 씨는 “어제부터 60세 미만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중단됐는데, 아직도 손님들이 방역패스를 제시해서 아예 단말기를 치우고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최대 번화가 동성로에 있는 이 식당은 김밥 맛집으로 소문이 나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식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임 씨는 “그동안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으랴, 나가시는 분 계산해드리랴 정신없는 와중에 방역패스까지 확인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면서 “이번 방역패스 해제로 손님 불편도 줄고 좌석 회전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지방법원이 23일 지역 식당과 카페에 적용했던 방역패스 효력을 60세 미만에 한해 정지시키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돼 있던 식당과 카페 등은 반기는 분위기다. 대구지법은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대구시민 309명이 대구시장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날 기자가 발걸음을 옮겨 찾아간 인근 유명 패스트푸드점도 입구에 비치해뒀던 방역패스 확인 단말기를 치운 상태였다. 이 가게를 찾은 김정현 씨(37)는 “최근 출입 명부도 사라졌는데 이번에 대구에서 방역패스까지 사실상 해제되면서 머잖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종사자들도 대부분 방역패스 효력 정지를 반기고 있다. 중구의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종업원 A 씨는 “방역패스를 보여주지 않은 손님을 2, 3층까지 따라가 확인하다가 손님이 화를 내기도 했는데, 더 이상 얼굴 붉힐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4일 대구 중구의 한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손님들이 주문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방역패스가 해제됨에 따라 별도의 확인과정이 사라진 모습이다.
24일 대구 중구의 한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손님들이 주문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방역패스가 해제됨에 따라 별도의 확인과정이 사라진 모습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거나, 이상 반응 우려 등으로 부스터샷을 미루던 미접종자도 방역패스 해제를 반겼다. 지난해 말 출산한 김지영 씨(38·여)는 “모유 수유 중이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그동안 외출하면 마치 죄인처럼 느껴졌다”면서 “앞으로 카페나 식당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계속 적용되는 60세 이상 손님이 주로 찾는 식당과 카페는 번거로움이 늘었다. 중구 약령시에서 삼계탕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최창은 씨(48)는 “어르신들이 주로 가게를 찾는데 겉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분은 방역패스 적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신분증까지 확인하면서 연세를 여쭙고 있다”면서 “일이 더 늘어난 셈”고 말했다.

24일 대구 중구 약령시의 삼계탕 전문 식당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업주 최창은 씨는 “평소 노년층이 즐겨 찾는 식당이라서 60세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일일이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대구 중구 약령시의 삼계탕 전문 식당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업주 최창은 씨는 “평소 노년층이 즐겨 찾는 식당이라서 60세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일일이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해제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도 나왔다. 시민 장순옥 씨(64·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방역패스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들마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대구시는 전날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과 관련해 법무부에 즉시항고 의견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전국 확진자수가 하루 17만 명을 넘고 지역 내 확진자도 7000명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는 방역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경북도는 자체적으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23개 시·군별로 방역패스에 대한 입장을 모은 후 행정고시를 통해 60세 미만에 대해 식당과 카페 출입 시 방역패스 적용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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