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세도 백신 맞는다… 이르면 3월부터 화이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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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확산]식약처, 어린이용 접종 허가
정부 “확진 증가, 단기적 위험… 장기적으론 일상회복 긍정적”

23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어린이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3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어린이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르면 3월부터 만 5∼11세 어린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된다. 지금은 만 12세 이상만 접종 대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화이자의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의 국내 사용을 허가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상황, 소아용 백신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 3월 중 세부 접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이 3월 초순보다는 늦게 들어올 수 있다. 이르면 3월, 늦으면 4월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주요 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7만1452명으로 전날보다 약 7만 명 급증했다. 이날 확진자 수는 오미크론 변이를 미리 겪은 주요 국가들(21일 발생 기준)보다 많았다. 위중증 환자는 512명으로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 500명대로 늘었다. 하루 사망자는 99명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가장 많았다. 24일 오전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환자가 속출하자 서울대병원은 국내 대형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 악화일로 상황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확진자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로 이어져 위험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한 번의 유행 후 안정기가 온다는 측면에서 일상 회복을 위한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 다수가 자연 감염된 후의 집단면역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안팎에선 오미크론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 회의론’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법원, 방역패스 효력정지

한편 대구지방법원은 이날 식당, 카페에 적용했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을 60세 미만에 한해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식당, 카페를 이용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어린이 백신, 중대 이상반응 없어”… 학부모들 “안전성 걱정”


5~11세도 이르면 내달부터 백신 접종… 식약처 허가 화이자 ‘코미나티주’
예방효과 91%… 62개국 사용중, 전문가 “접종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
내달 맞아도 효과는 4월 이후 기대… 방역패스 효력정지돼 유인책 부족
교육부, 학부모-학교 등에 설명 계획





정부가 23일 화이자의 5∼11세 어린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사용을 허가한 건 10대 이하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 후 학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법원의 결정으로 여러 시도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돼 접종 유인책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5∼11세 백신 접종이 오미크론 유행을 꺾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 백신 맞은 5∼11세 예방효과 90.7%
방역 당국은 5∼11세용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면서 효용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이자가 미국 등 4개국 5∼11세 3109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백신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는 90.7%였다. 근육통 등 이상 사례가 나타났지만 대부분 경증 또는 중간 수준이었다. 이 백신은 미국, 영국,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 62개국에서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사용 중이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장 먼저 5∼11세를 접종한 미국의 여러 예측모델을 보면 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임상시험 결과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투약 후 분석 자료에서 사망 또는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는 없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해 11, 12월 약 870만 도스를 투입했다. 보고된 이상반응 4249건 가운데, 대다수인 4149건이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미숙 경희대 의대 교수는 “나머지 100건이 발열 발작 등이었지만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 등 위중한 경우는 없었다”며 “심근염 추정 진단 12건이 있었지만 모두 회복돼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5∼11세 백신 접종은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들에게 더 큰 효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는 이날 “감염 시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비만, 만성 폐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을 앓는 환자들은 우선 접종 대상으로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중증 또는 면역저하 어린이는 1, 2차 접종을 완료한 뒤 4주가 지나 3차 접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접종 효과 빨라도 4월 중순에나 기대
전문가들은 5∼11세 백신 접종이 당장의 오미크론 유행을 꺾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르면 3월 접종을 시작해도 1,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데 3주, 면역이 형성되는 데 추가로 2주 등 5주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빨라도 4월 중순 이후에나 접종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을 막는 데 큰 기대를 하기 어렵고, 5∼11세에게 강하게 접종을 권고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고위험군 소아가 맞을 수 있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5∼11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얼마나 접종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법원이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부산 등에서 청소년 방역패스의 효력을 중단시키면서 접종 동기가 줄어들었다. 12세 이상 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은 23일 현재 71.2%로 이달 초(68%)보다 3.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5∼11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의 한 학부모는 “부스터샷까지 맞았지만 이상 반응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믿지 못해 맞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5∼11세는 끝까지 버티자는 게 많은 엄마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질병관리청이 접종 시기를 결정하면 학부모와 유치원·학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5∼11세 접종은 청소년 백신보다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게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미접종자의 경우 계절 독감 치명률의 5배를 웃돌지만, 3차 접종자의 경우 계절독감 치명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3차 접종을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어린이 백신#안정성#화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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