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 9만명 안팎… 의료진-군경 감염에 인력부족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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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확산]
의료진 무더기 확진, 격리 속출… 병원 신규입원-시술중단 줄이어
정부 ‘8명 모임-밤10시 영업’ 검토… 방역패스는 유지 방침, 18일 확정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15일 광주시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추운 날씨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서 대기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15일 광주시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추운 날씨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서 대기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15일 오후 9시 현재 각 시도가 집계한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8만 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16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9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수요일(4만9550명)의 거의 두 배다. 신규 확진 규모가 계속 더블링(두 배로 증가)되면서 조만간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에 이를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만7177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고령층 확진자가 늘면서 신규 사망자도 61명으로 지난달 29일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의료진과 군경 등의 감염도 속출하면서 대규모 격리로 인해 사회 필수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인천 A대학병원은 심장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를 비롯해 총 6개 진료과에서 신규 환자 입원을 중단했다. 해당 의료진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신경외과 의료진이 격리되면서 뇌경색 환자의 응급 시술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1일부터 식당 카페 영업시간을 현재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하고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정점까지 방역 완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정부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새 거리 두기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의료진 확진에 응급실 폐쇄… 파출소 경찰관 절반 격리된 곳도


9만명 안팎 확진 ‘필수인력’ 부족 비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일 0시 기준 9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루 만에 3만 명가량 치솟으면서 병원과 군경 등 사회 필수 분야에서도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 폭증을 겪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방관이 부족해 화재 대응이 늦어지거나 기관사가 없어 지하철 운행을 축소하는 사태가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업무연속성계획(BCP) 가이드라인’은 하루 확진 5만 명 수준의 유행 규모를 가정해서 작성된 데다 그마저도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 경찰은 맞교대 근무, 공군은 신병 훈련 생략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공백이 가장 먼저 닥친 분야는 의료계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접촉할 수밖에 없는 응급실에선 이미 진료 차질이 현실화됐다. 서울의 A대학병원은 의료진 여러 명이 연달아 확진되면서 15일 오후 6시간가량 응급실을 폐쇄했다. 서울의 다른 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격리가 속출하자 지난주부터 사실상 맞교대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15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격리 등을 이유로 ‘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한 병원은 수도권에서만 20곳이 넘었다.

일반 진료와 수술도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B대학병원에서는 최근 하루 20∼30명의 의료진이 격리되면서 몇 달 전 예약한 수술을 미루거나 주치의를 교체하는 게 예삿일이 됐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한꺼번에 격리돼 병동을 아예 폐쇄했다.

경찰과 군에서도 비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2파출소에서는 소속 경찰관 35명 가운데 19명이 확진돼 근무 체제를 맞교대로 긴급 전환하는 한편 인접 지구대의 지원을 받아 112신고에 대응하고 있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은 지난달 10일 입대한 공군병 834기 가운데 600여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훈련을 받지 못하자 이달 14일 이들을 곧장 자대에 배치했다. 감염병 탓에 신병 훈련을 생략한 것은 공군 창군 이래 처음이다.

○ 정부 비상계획은 ‘하루 확진 5만 명’ 기준
미국과 유럽은 사회 곳곳에서 인력 공백이 나타났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달 100명이 넘는 기관사와 역무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지하철 운행 편수를 줄였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코로나19로 병가를 낸 소방관이 폭증하면서 화재 신고 초기 대응이 지체됐다. 영국 교육부는 전직 교사들에게 학교 복귀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병원과 경찰서, 소방서 등에 BCP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병원의 경우 음압격리 병상이 부족하면 일반 병동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경찰청도 행정 업무를 최소화하고 112 출동 등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계획을 내놨다. 소방청은 유사시 퇴직 공무원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BCP가 현장 상황과 거리가 멀고, 확진자 폭증 상황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무증상 감염 의료진은 3일 격리 후 신속항원검사를 거쳐 진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며 그 시행 기준을 하루 확진자 5만 명으로 잡았다. 하지만 조기 복귀한 의료진이 환자를 감염시킬 경우에 대한 면책 조항은 없고, 실제 격리 기간을 단축할지 판단도 의료기관에 떠넘겼다. 이 때문에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이 넘은 지 닷새가 지나도록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일이 밀려오고 있는데 대응은 이미 늦었다. 서둘러 비상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6일부터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전화 진료 후 해열제 등 전문의약품을 동네 약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종전엔 전국 지정 약국 472곳에서만 받을 수 있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코로나#신규확진#팬데믹#거리두기#방역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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