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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티라노사우루스가 지나간 듯… 공룡 발자국 화석이 경남 진주에 왜?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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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6.5개 넓이에 약 1만 개 찍혀, 세계 최대 규모… 천연기념물 지정
대다수가 육식인 이족 보행 수각류… 당시 진주, 덥고 건조한 호숫가 지형
발자국 화석 발생 위한 최적의 조건, 발견 후 화석층 분리 시도 있었지만
시민단체 힘 모아 화석 산지 지켜내
경남 진주시 정촌면의 백악기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의 모습. 초등학교 교실 6.5개 넓이의 이 화석 산지에서는 공룡 외에도 새, 개구리, 도마뱀 등 다양한 생물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제공
경남 진주시 정촌면은 한적한 농촌 마을입니다. 이 마을 중간 조그만 언덕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가 있습니다. 무려 1만 개에 달하는 공룡 발자국 흔적이 가득 남아 있지요. 이곳이 천연기념물 제566호로 지정된 ‘진주 정촌면 백악기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입니다. 최근 진주시는 국립지질유산센터(화석수장고)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발자국 화석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진주시에 다녀왔습니다.
○ 1만여 개 공룡 발자국이 한자리에
진주 정촌면 백악기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는 지난해 9월 2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이 화석은 약 4년 전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김경수 교수가 발견했지요. 2016년부터 정촌면에 산업단지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됐는데, 이때 공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했습니다. 이를 담당한 김 교수가 공사로 지표에 드러난 퇴적층에서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죠.

지표에 드러난 층과 그 밑층까지 약 5m 두께 퇴적층을 들어내고 나니 공룡 발자국이 한가득 찍힌 지층이 발견됐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 6.5개에 달하는 넓이의 퇴적층(426m²)에서 약 1만 개의 발자국이 나왔습니다. 발자국 화석의 양과 밀집도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이지요.

이곳에서 발견된 발자국의 대다수인 약 8000개는 수각류의 것입니다. 수각류는 이족 보행을 한 용반류 공룡을 말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등 유명한 육식공룡이 여기에 속해요. 김 교수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2∼40cm의 다양한 크기를 가진 최소 다섯 종 이상의 육식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몸길이가 20cm에서 6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수각류가 이곳을 지나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진주로 떠나는 시간여행
진주시 일대의 많은 지역은 ‘진주층’이라 불리는 1억1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초기의 퇴적암으로 이뤄져 있어요. 김 교수는 “진주층에서 호수의 물결 자국과 건열(진흙 등이 말라서 거북등처럼 갈라진 틈)이 교대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진주에는 건기와 우기가 교대로 찾아왔으리라 추측된다”고 말했어요.

중생대 백악기의 진주는 덥고 건조한 기후의 호숫가였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워 발자국 화석이 남기에 최적이었지요. 호숫가에 남은 발자국이 말라붙은 뒤, 우기에 그 위로 새로운 퇴적물이 쌓여 굳으면서 발자국 화석이 만들어졌습니다. 호숫가의 진흙이 셰일이라는 퇴적암으로 굳어 진주층이 된 것이지요.

이곳에선 코끼리처럼 큰 타원형의 발자국을 남긴 용각류 공룡의 발자국, 세 개의 발가락이 선명하게 보이는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 외에도 새, 개구리, 도마뱀 등 다양한 생물의 발자국이 발견됐어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동물은 두 발로 걷는 악어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였습니다. 몸길이가 약 4m에 이르는 커다란 육식동물이지요. 두 발 악어의 전성기는 두 시대 전인 트라이아스기였지만, 백악기에도 공룡과 경쟁하는 최상위 포식자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 발자국 화석을 지키기 위한 노력
처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정촌면 화석 산지의 발자국 화석을 지층에서 떼어내 따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발자국 화석이 있는 언덕이 무너질 수도 있고, 지층의 균열이 일어나 보존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조사를 통해 정촌면 화석 산지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발자국 화석을 옮기지 않고 제자리에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 임종덕 실장은 “정촌면 화석 산지의 경우 면적이 넓고 화석의 양이 많아 발굴해 일부분만 떼어내면 학술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정촌면 화석 산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습니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어 발자국 화석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산지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희귀한 발자국 화석을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요.

결국 문화재청은 내부 평가를 통해 이전의 결정을 뒤집고 정촌면 화석 산지를 현장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1년 9월 2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죠.

현재 정촌면 화석 산지 현장은 빗물로 인한 풍화와 훼손을 막기 위해 방수포를 덮은 상태입니다.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의 원상호 학예사는 “2023년까지 발자국 위를 둘러싸 비바람을 막아주는 보호각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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