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한 달 전 이미 옆 동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으나 무시됐고, 콘크리트 타설 작업 시 하중을 지탱하는 동바리(지지대)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순 화정아이파크 203동에서도 39층 바닥 일부가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작업자들로부터 203동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후 일부 슬래브가 4~5m가량 주저앉았다는 진술과 관련 사진을 확보했다.
작업자들이 정확한 사고 날짜는 기억하지 못해 경찰은 압수수색한 작업일지 등을 토대로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작업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현대산업개발 측도 이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1차 사고 당시 제대로 대응만 했더라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38~39층 사이에 1m 높이의 설비 공간(PIT층)에 무지보(데크 플레이트.Deck plate) 공법을 사용했고, 그 아랫층에 지지대인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됐다.

데크플레이트는 아연도금된 강판을 구부려 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동바리 등으로 받치지 않아도 콘크리트를 타설 할 수 있다.
데크플레이트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PIT층 외 다른 층에는 상층의 하중을 견딜 동바리 설치가 필수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들은 붕괴 현장인 39층 밑 36~38층에선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 11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에 투입돼 작업한 노조 소속 조합원 20여명은 붕괴 직전인 당일 오후 3시까지 37~38층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현장 목격담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동바리는 콘크리트 타설 아래층 천장에 설치하는 철제 구조물로, 통상 3.3㎡(1평)당 4개를 설치한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A씨는 “타설 작업을 할 때는 혹시 모를 붕괴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타설 작업이 진행되는 층을 기준으로 아래 5개 층까지 동바리를 설치한다”며 “하지만 명확하게 201동 37~38층에는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산 측에서 공기를 단축하라는 압박이나 지시는 없었다”며 “하지만 관행적으로 ‘빨리빨리’라는 암묵적인 업계 분위기 탓에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사용하더라도 하층에 동바리 설치 등 보강 작업은 필수이고, 동바리 사용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과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