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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수능 오류 여파…정시 접수 당일에야 모집인원 알게돼

입력 2021-12-17 03:00업데이트 2021-12-1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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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판결 이틀 당겼는데… 대입 일정은 그대로
교육부는 “다시 바꾸면 더 혼란”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은…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 박람회’를 찾은 수험생들이 대학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전국 129개 4년제 대학이 참여하는 이 박람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돼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A대학의 올해 수시모집 충원 합격자 등록 마감은 29일 오후 4시다. 이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수험생들을 위해 수시 미등록 인원을 반영한 정시 선발 인원을 빨리 확정해 공지하려면 교직원들이 29일 밤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 지역 B대학은 시간이 더 촉박하다. 이 대학은 정시 인원을 최종 확정해 공지하는 시간이 원서 접수 시작일인 30일 오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시 시작 전날까지도 지원자들은 이 학교의 최종 모집 인원을 알 수 없는 셈이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결정 취소 소송으로 수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정시 전략을 수립할 시간이 빠듯해졌다. 대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시 충원 등록 마감일과 정시 시작 사이 기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울행정법원이 처음 선고기일을 17일로 결정했을 때 수시 충원 등록 마감일을 당초 28일에서 29일로 순연했다. 수시 일정은 늦춰졌지만 정시 원서접수 시작일은 변동 없이 30일부터다. 법원이 선고기일을 15일로 이틀 앞당긴 뒤에도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 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정시 미달 위험이 높아 수시 추가 합격자 발표를 4, 5차까지 최대한 해야 한다”며 “마감 현황을 보고 정시 정원을 아무리 빨리 산정한다 해도 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눈치 싸움’이 중요한 정시 특성상 모집정원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 수험생들은 정시 원서접수를 하기 전날 밤, 심지어는 원서접수 당일 아침에서야 수시 이월 인원이 반영된 최종 정시모집 인원을 알 수 있다. 모집 정원 변화를 보고 최종 지원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만큼 수험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법원이 판결을 이례적으로 일찍 했는데, 교육부가 촉박한 대입 일정으로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불수능’이었고, 문·이과 통합형 수능인 탓에 자연계열의 인문계열 교차지원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변수가 많아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시 일정을 이미 변경했다고 공지했는데 선고가 빨라졌다고 다시 당기면 더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수험생들이 쫓기는 건 맞지만 정시 일정까지 변경하면 대학의 실기고사 일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이 문제 오류를 인정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책임론과 재발 방지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평가원에 대한 감사나 조사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평가원은 교육부로부터 수능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다. 평가원의 지위와 소속이 불분명해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를 하려 한다면 업무 소관이 문제겠느냐”며 “대입 일정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이번 소송과 2014학년도 세계지리 출제 오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로펌에 2억2300만 원 넘게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은 수험생이 지불한 수능 응시료 등으로 구성된 대수능사업비에서 지출됐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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