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4.7배, 위중증 3배’ 급증…정부, 44일만에 ‘일상멈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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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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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을 기록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 전광판에 신규 확진자 현황이 떠 있다. 2021.12.15/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을 기록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 전광판에 신규 확진자 현황이 떠 있다. 2021.12.15/뉴스1 © News1
기대를 안고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멈출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은 컸으나 강한 전파력과 치명력을 지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력은 예측을 초월할만큼 강력했다.

위드코로나 직전까지 2000명을 넘지 않던 일일 확진자 규모는 40여일만에 7000명대를 넘어 조만간 1만명을 넘길 기세다. 의료장비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위중증 환자도 1000명에 근접했다.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주 전부터 일상회복을 멈추고 고강도 방역 대책 즉각 시행해야한다고 요구한게 3주 전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대를 돌파할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정부는 꿈쩍도 안했다. 하루 1만명까지도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다면 뜸을 들였다. 그 이면에는 위드코로나로 활기를 찾기 시작한 서민경제에 찬물을 껴얹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랬던 정부가 15일 “일상회복을 멈추고 고강도의 거리 두기 대책을 내놓겠다”는 발표를 공식화했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8000명에 육박하는 7850명, 위중증 환자는 964명, 하룻새 7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달 1일 일상회복 이행 이후 한 달 남짓, 44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방역에 있어서 ‘모범국가’라 자부하던 K방역은 그새 희미해졌고 국민 일상은 물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계에는 큰 제약이 따르게 됐다.


◇44일만에 확진자 4.7배, 위중증 환자 3배 늘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 News1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 News1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850명 늘어 누적 53만649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695일 만에 최다 규모다.

이날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58명 늘어 964명이 됐다. 일상회복의 첫발을 디딘 11월 1일 확진자 1684명, 위중증 환자 343명과 비교하면 각각 4.7배, 3배 늘었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늘자 의료체계의 여력은 한계에 달했다. 전날 5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 내 가동률은 86.4%로 사실상 포화상태다. 수도권에서 병원 입원과 생활 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도 1145명에 달한다.

하루 사망자 수도 일상회복 전에는 10명 안팎이었으나 14일 0시 기준 94명까지 늘어났다. 더욱이 확진자 수는 앞으로 더 증가한다는 예측이 잇따른다. 특단의 조치 없이는 위중증 환자, 사망자 규모 면에서 피해가 분명한 상황이다.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는 데는 첫 발생 이후 429일이 걸렸지만, 누적 40만명에서 50만명으로 가기까지 23일 소요됐다. 이달 9일~15일 일주일 동안의 확진자는 4만7016명에 달한다. 이달 23일 또는 24일이면 누적 6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50만명에서 60만명까지 12일 만에 도달한 셈이 된다.

최근 방대본이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단기 예측결과에 따르면 유행 악화 시 이달 말 신규 확진자 수는 9000명~1만여명, 내달 말 1만5000명~2만명으로 예측됐다.

◇상황 지켜보겠다는 정부…땜질 대책으로 번번이 타이밍 놓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상황이 연일 나빠지자 정부는 결국 일상회복을 멈추고 고강도 거리 두기를 내놓겠다고 15일 밝혔다. 김부겸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방역지표 악화 상황이 둔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지 않다”며 “다시 생활의 불편과 민생에 어려움을 야기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할, 답답한 상황에 안타깝고 국민에 죄송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치는 17일 오전 발표돼 연말까지 2주에 걸쳐 시행될 전망이다. 지금 확산세를 최대한 눌러 방역의료 대응 여력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개인 간 접촉이 무분별해 감염이 늘고, 연말연시인 점을 고려해 정부는 사적모임 규모와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에 제한을 가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사적 모임을 최대 6명에서 4명 또는 2명으로 줄이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종전 사회적 거리 두기 최고단계였던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됐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미 고강도 조치가 필요했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방역 점검 회의를 주재해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소득이 없었단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6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확대 적용, 사적모임 6명 축소 등의 방침을 내놓으면서 고강도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효과가 이번 주, 내일부터 나타난다”며 “특단의 조치는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실기하는 바람에 지금 구상 중인 특단의 대책 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1~2주 이내 확진자·위중증 감소는 어렵다. 당국이 항상 (방역을 강화할) 때를 놓쳤다. 헛발질하다 시기도 놓쳤다”며 “정부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방역만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방역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정부는 ‘병상이 조금은 모자란다, 위중증 환자가 생각보다 빨리 늘었다’고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위드코로나 시행 전후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특단의 조처를 내려야 한다. 120% 손실보상을 전제로 영업 제한과 고위험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충분한 손실보상을 전제로 한 강력한 봉쇄만 남았다. 마스크를 벗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은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확산세와 인명 피해를 멈출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보다도 일단 국내 방역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조일 때 조이고, 풀 때 풀지 못하는 정책에 무고한 국민의 인명 피해가 걱정스럽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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