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겨우 구해도 병원 갈 구급차 없어… 수십시간 대기, 증상 악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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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붕괴 위기]
코로나 환자, 병상 이어 구급차 부족

병원으로 이송된 코로나 환자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내 구급차 전용 구역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현장에선 구급차가 부족해 환자 이송까지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병원으로 이송된 코로나 환자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내 구급차 전용 구역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현장에선 구급차가 부족해 환자 이송까지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수도권의 A감염병전담병원은 입원 중인 8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자 중환자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 약 1시간 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경기 수원시에 있는 병원에 병상 하나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제는 그 후다. 수원으로 환자를 옮길 119구급차가 없었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 환자라 병원 직원들이 소방서마다 전화해 구급차를 찾아 나섰다. 병상 배정 이후 약 4시간 만에 119구급차로 환자를 옮겼다. 하지만 환자는 사흘 뒤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환자였는데 초기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이송해야 하는 중환자조차 구급차 배정이 안 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 코로나19 구급차 전체의 18%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A병원처럼 코로나19 병상을 구해도 이송할 구급차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침에 우리 병원 병상을 배정받은 환자가 밤늦게까지 오지 않아 문의하면 ‘구급차가 없어 못 간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선 응급 이송체계 마비가 중환자 병상 대란, 응급실 포화에 이어 또 다른 ‘의료 붕괴’의 신호라는 지적이다.

구급차는 보통 소방과 의료기관, 보건소, 사설업체 등이 운영한다. 현재 이 중 어느 하나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의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119가 운영하는 구급차는 코로나19 환자 이송용 차량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 중수본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의 119 구급차 1690대 중 코로나19 환자 전담 구급차는 295대(17.5%)에 불과하다. 295대 중 ‘음압병상’처럼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설비를 갖춘 특수구급차는 21대뿐이다. 의료기관과 보건소 차량은 운행하는 차량의 수가 적은 데다 자체 환자를 이송하기도 벅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설 구급차는 코로나19 환자 이송 요금을 크게 올렸다.

구급차 부족 문제가 당장 바뀌기도 쉽지 않다. 소방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응급 환자도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용 구급차를 당장 늘리기가 어렵다”며 “예산 당국과 협의해 내년부터 증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량뿐 아니라 시스템 문제도 있다. 각 병원이 119구급차 배정을 요청하는 보건소는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에 ‘번아웃(burnout·소진)’ 상태다. 한 감염병전담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보건소에 연락해 구급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알려야 하는데, 보건소 직원들이 너무 바빠 20∼30통 전화를 걸어야 겨우 연락이 닿는다”며 “결국 병원에서 직접 구급차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구급차 배정 지연 문제가 일반 응급 환자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할수록 더 많은 구급차들이 코로나19 환자 이송에 쓰이게 된다”며 “그만큼 일반 환자가 구급차를 불렀을 때 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적일 때에도 응급환자 이송은 늘 어려운 문제였는데 최근 환자 수가 폭증하면서 구급차 배정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 장거리 운행 증가도 ‘구급차 가뭄’ 영향
최근 정부가 수도권 병상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환자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침을 세운 것도 ‘구급차 가뭄’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비수도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오는 동안 또 다른 환자를 이송하지 못하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방 관계자는 “환자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보내기도 한다. 왕복 8시간 걸려서 부산을 한 번 다녀오면 하루는 해당 구급차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일부 의료기관에는 구급차가 있어도 운전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경기 지역의 B감염병전담요양병원에선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충남 지역의 중환자 병상을 배정받았지만 병원 구급차를 운전할 사람이 없어 결국 보건소 직원이 환자를 이송한 경우도 있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코로나 병상대기#구급차 부족#코로나 중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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