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연대의 힘, 식어가던 옛 도심을 다시 달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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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마을 공동체 사업 ‘순항’
노인 인구 많고 1인 가구 비중 높아… 서로 보듬어주는 공동체 구축 나서
지역 단체들이 이웃 끼니 챙겨주고, 주민들 합심해 체험 프로그램 운영
카페거리 임대료 인하 운동도 화제

임택 광주 동구청장(앞줄 왼쪽)이 2일 산수1동 마을 사랑채에서 노령층 모임인 백년동아리 회원들이 배우는 현악기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임택 광주 동구청장(앞줄 왼쪽)이 2일 산수1동 마을 사랑채에서 노령층 모임인 백년동아리 회원들이 배우는 현악기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
광주 동구는 한때 ‘호남의 1번지’로 불렸다. ‘광주의 명동’이라는 충장로와 금남로는 지역경제 중심이었고, 대의동은 문화 예술이 꽃을 피웠다. 하지만 도심이 커져 가면서 공동화 현상을 겪었고 노인 인구와 1인 가구도 늘어 갔다.

10월 현재 광주 시민 144만2454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4.7%, 1인 가구는 17.6%다. 동구는 5개 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과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다. 주민 10만3544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21.8%, 1인 가구 비율은 23.6%.

이런 여건 때문에 동구는 이웃이 이웃을 보살피는 따뜻한 마을 공동체가 필요했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2018년 취임 이후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은 이유다.

주민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돕는 ‘마을 사랑채’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동네 현안을 해결하는 소통, 나눔, 문화의 통합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홀몸노인 등 1인 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산2동의 경우 새마을부녀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동반자다. 이들 단체는 ‘아침밥상’, ‘할배 요리사 요리교실’ 등 1인 가구를 챙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산2동 마을 사랑채인 다복마을은 마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학운동(무꽃동)은 주민들이 ‘무꽃차회’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아동과 노인이 참여하는 요리교실을 열고 사랑채 공유부엌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 나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학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자 비대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유튜브 채널 ‘학동마을 사랑채’를 개설해 공예놀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산수1동은 취약계층 차량을 정비해주고 이미용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랑의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1동은 학교 주변에 ‘열린 북카페’를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가인 지산1동은 1인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마을 사랑채에 1인 가구 요리교실과 청년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주영주 동구 기획팀장은 “동구 13개 동 가운데 6곳에 마을 사랑채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며 “반응이 좋아 내년에 6개 동에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명동 카페거리의 상인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도 연대와 포용으로 지역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3개월 이상 10∼30%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건물주 93명이 동참해 210명의 임차인이 혜택을 봤다.

동구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임대인의 건물 리모델링 비용과 시설 방역, 전기·화재 안전점검 등을 지원하는 상생협력상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상생협력상가 28곳을 선정해 지원했다.

동구의 따뜻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 노력은 각종 수상으로 이어져 성과를 인정받았다. 동구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각 기관에서 받은 상 127건 가운데 16건이 마을 공동체 만들기 분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 구청장은 올해 인구 대응과 지역문화 활성화, 도시재생 등 7개 분야에서 매니페스토 상을 받았다. 임 구청장은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주민 자치 역량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마을 공동체#광주#동구#나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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