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를 특히 어려워하는 이유는? 교사들 ‘독서 기피’ 지적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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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 영역이 특히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치러지는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특히 국어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교사들이 독서 과목을 기피하는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서는 ‘비문학’으로 분류되는데 인문학 사회 과학 예술 기술 등 여러 분야를 다룬다. 이 때문에 난도가 높아 매년 국어 영역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중요한 부분이다. 올해도 수험생들이 풀기 힘들어 한 ‘헤겔의 미학’, ‘트리핀 딜레마’, ‘자동차 운행 보조 카메라’ 지문이 모두 독서 영역이었다.

독서 과목은 수능에서 매우 중요하다. 올해부터 수능 국어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으로 바뀌었는데 공통과목 중 하나가 독서다. 총 45개 문항 중 17개 문항이 출제된다. 하지만 매년 학교에서는 독서 과목을 누가 가르칠지를 두고 교사들끼리 ‘기피 경쟁’이 치열하다.

국어교사의 전공 영역도 아닌데 광범위한 분야의 자료를 준비해서 배경지식과 독해 방법까지 가르치는 게 어려워서다. 지금 수험생 세대는 이전에 비해 문해력이 떨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학력 저하 우려가 크다. 여기에 학교에서 독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험생들이 국어 영역을 어렵게 느낀다는 분석이다.

올해 수능 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도 교사들의 ‘수업 편의주의’가 학생들이 국어 영역을 매번 ‘불수능’으로 느끼게 하는 요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A고 국어 교사는 “독서는 맡으려는 교사가 없어서 주로 나이가 어린 교사가 담당한다”며 “수능 국어 변별력을 가리는 문항이 대부분 독서다 보니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가르칠 것이 명확한 ‘문학’, ‘언어와 매체’ 같은 과목은 선호도가 높다. 서울 B고 국어 교사는 “문학은 대학 전공수업에서도 가장 많이 배우는 만큼 가르치는데 부담이 없지만 독서는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전했다.

올해 독서 문제를 본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LEET(법학적성시험)를 풀어야 수능 국어를 풀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C고 국어 교사는 “경제 물리 지구과학 법 철학 등을 주어진 지문만으로 해설해야 하니 교사 스스로 공부해서 학생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고 읽기 방법 뿐 아니라 배경지식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글 읽는 연습이 부족한 ‘유튜브 세대’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게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D고 국어 교사는 “학생들은 수능 독서를 잘 풀 스킬을 원하니 기출문제 풀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흥미도나 참여도가 떨어져 수업 진행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학생들도 이런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생은 “우리 학교는 독서 시간인데도 고전시가 같은 문학 추가 진도를 나간다”며 “보충수업 시간에도 독서가 없다보니 독서는 꼭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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