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듣고도 안 따라온 경찰…‘현장이탈’ 이어 또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10시 06분


“아내 목에서 피 솟고, 딸이 흉기 든 범인 붙잡아”
아버지가 범인 제압…그제야 경찰이 와 수갑 채웠다
청장 사과문 올려 “책임 물을 것”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A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A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이웃 일가족에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또 다른 부실 대응 정황이 나왔다. 여성 경찰관이 자리를 이탈한 데 이어 비명이 들렸음에도 남성 경찰관이 현장으로 즉시 달려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사건은 지난 15일 오후 4시 50분경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벌어졌다. 피해 일가족은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위층 남성 A 씨가 난동을 피우자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2명의 경찰은 우선 A 씨를 자택이 있는 4층으로 분리 조치했다. 이후 남성 경찰관은 일가족 중 남편 B 씨와 1층에서 진술을 받았다. B 씨의 아내와 딸은 여성 경찰관과 주거지인 3층에 있었다.

이때 4층으로 돌아갔던 A 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와 아내와 딸에게 휘둘렀다. 아내와 딸의 비명에 B 씨는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3층에 아내·딸과 있던 여경은 가해자와 대치하지 않고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다.

B 씨는 1층에 자신과 함께 있던 경찰의 대응도 지적했다. 그는 “같이 올라오는 줄 알았던 경찰관은 따라오지 않았다”고 JTBC에 밝혔다. 이어 “아내 목에서는 피가 솟고, 딸은 엄마를 살리겠다고 흉기를 든 A 씨와 대치 중이었다. A 씨를 기절 시켜 제압하자 그제야 경찰관이 와 수갑을 채웠다”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경찰관은 공동 현관문이 잠기는 바람에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피를 많이 흘린 B 씨 아내는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 B 씨는 “A 씨를 제압하느라 아내에게 지혈을 해주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인천경찰청장은 공식 사과를 전했다. 송민헌 청장은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철저한 감찰 조사를 통해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범죄자와 몸싸움해서 제압에 실패했다면 이해하겠지만, 흉기 보자마자 자리를 피하는 건 어떠한 이유로도 말이 안 된다”, “직무유기”, “경찰이 같이 있었는데도 이런 상황이면 누굴 믿어야 하냐” 등 분노했다.

인천경찰청이 18일 홈페이지에 경찰 대응과 관련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인천경찰청 홈페이지
인천경찰청이 18일 홈페이지에 경찰 대응과 관련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인천경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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