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찾은 윤석열, 2분 거리 20분 걸려 ‘반쪽 참배’

뉴시스 입력 2021-11-10 17:54수정 2021-11-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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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4시18분께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앞 민주의 문에 들어섰다.

윤 후보는 민주의문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동행 당직자, 수행원, 지지자와 함께 5·18민중항쟁 추념탑까지 걸음을 뗐다.

그러나 도착 직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단체와 시민단체, 대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 일행의 앞을 가로막으며 “윤석열 나가라”, “왜 왔어요”, “쇼 합니까”, “사과하세요”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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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 일행은 항의 단체와 지지자, 경찰, 취재진 등 인파에 둘러싸여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지자들은 국화를 들고 후보를 뒤따랐다. 한 지지자는 참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찰은 뭐하느냐”며 거센 언행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추념문 앞 계단에서는 안전 상의 이유로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 경찰과 수행원들이 진로를 확보했다.

민주의 문부터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념탑 앞까지는 161m, 통상 걸어서 2분 정도 걸리지만, 윤 후보 일행은 20분동안 추념문과 추념탑 사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참배단까지는 불과 20m 거리였지만, 결국 일정 등을 이유로 윤 후보 일행은 제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헌화·분향은 생략됐다.

참배를 마친 뒤 윤 후보는 6~7걸음 가량 앞으로 나와 사죄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40여 년 전 오월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다. 지켜봐달라. 여러분께서 염원하는 국민 통합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사죄문을 호주머니에 넣은 윤 후보는 60도 가량 허리를 굽혀 사죄의 뜻을 전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지 22일 만의 사과다.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이날 오월영령 참배는 국민의힘 입당 전인 지난 7월17일 첫 방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윤 후보 일행 앞을 막아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와 오월어머니,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추념탑 앞에서 ‘참배 반대’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윤 후보의 “사과 방문은 정략적 보여주기 쇼”라고 평가 절하하며 오월영령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가짜 사과 필요없다!’,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라고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며 윤 후보의 반민주·반인권의식을 강하게 규탄했다.

결국 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윤 후보 일행은 추념탑 앞 공식 참배는 하지 못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계란 투척 또는 격렬한 몸싸움은 빚어지지 않았다. ‘욕하지 맙시다. 계란을 던지지 맙시다. 자작극에 말려들지 맙시다’ 등 감정적 대응 자제를 당부하는 손팻말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후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주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라오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당내 경선 전 광주에 사과 방문하려 했으나, 지역 여론 반발에 부딪혀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직후 첫 지방 일정으로 이날 광주를 찾았다.

윤 후보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섰던 ‘시대의 의인’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전남 화순 생가를 찾아 유족들과 차담을 나눴다. 이어 5·18항쟁 당시 옛 상무대 영창이었던 5·18자유공원을 방문해 ‘사과 행보’를 이어갔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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