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에 꼼수까지…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시행 첫 날

조유라기자 입력 2021-10-21 15:55수정 2021-10-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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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인근 유치원 앞에 여전히 버스 및 승용차들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1일부터 서울 시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있는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금지됐다. 시행 첫 날 학교 현장에서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교문 앞에 차량이 정차해 있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5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른 이번 조치로 차량 운전자들은 주변에 초등학교, 유치원 등 어린이 이용시설이 있으면 도로에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표지가 있는 곳에는 주정차를 해선 안 된다.

이날 서울 중구 A초교 인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승용차들이 늘어섰다. 도심에 있는 이 학교 인근에는 주거단지가 없어 학생들이 원거리 등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는 구역 바깥에 정차해 아이들을 내려줬다. 아이들은 300m 가량 내리막을 걸어 등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주정차 금지를 어기고 교문 앞에 정차해 아이들을 내려줬다. 이 학교 1, 3학년 형제를 등교시키던 학부모는 “일부러 일찍 나와 차량을 인근 회사에 주차하고 걸어왔는데 정차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조금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경 양천구 B초 앞에서도 하교 하는 아이들을 태우려는 학원 차량과 승용차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에 6~7대 가량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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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차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경 영등포구 C초에서는 학원 차량 4~5대가 단체로 학교 옆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학원 관계자들은 아이들을 삼삼오오 지하 주차장으로 인솔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 학교 학부모 이모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학원 차량은 교문 앞에서 정차하다가 아이들을 태웠다”며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다가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차량은 15분 간 학교 주위를 돌면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태웠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금지되며 스쿨버스 등 차량을 이용해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승하차 때 잠시 정차를 허용하는 일명 ‘드롭존’인 ‘어린이통학차량 안심승하차 존’이 운영된다. 학교 정문이나 후문 근처에 파란색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곳에서만 정차가 가능하며 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안심승하차 존은 서울 시내 1741개 어린이보호구역 중 201개소만 먼저 운영된다.

안심승하차 존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불만도 있다. 영등포구 대방초는 후문 인근 인도 일부를 개조해 안심승하차 존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안심승하차 존에 정차할 수 있는 차량이 1, 2대에 불과하고, 인근에 신호등이 없어 아이들이 이동하다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린이보호구역 표지를 확대해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의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렵게 돼 있어 도로와 단차가 있는 인도식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안심승하차 존을 확대하고 등하교 시간에는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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