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켰다고 ‘XX 뭐래’ 욕 먹어”…현직 교사의 ‘분노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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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8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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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사진=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듣고 무시를 당하는 등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공개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학교에서 겪은 분노일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나이가 많이 어리다. 여자고 키도 작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을 감안하고 학생들과의 일화를 써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먼저 학생들로부터 양손가락을 올리는 욕설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하길래 뺏으려고 했더니 학생이 반항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뺏어 던지더라”며 “원래는 휴대전화를 걷는데 학생이 제출하지 않았다. 수업 때만 뺏고 쉬는 시간에 다시 준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 발표를 시켰다는 이유로 “XX, 뭐래”라는 욕설도 들었다고 한다. 또 “말만 하면 ‘어쩌라고요’라며 반항하거나 혼내려고 하면 ‘영상을 찍겠다’고 난리를 친다”고도 말했다.

A 씨에 대한 호칭도 적절하지 않았다. A 씨는 “전달사항을 말했는데 어떤 아이가 못 들었나 보다. 내가 다 듣고 있는데 옆자리 짝꿍에게 ’뭐라고 하셨어’도 아니고 ‘담임 방금 뭐래?’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써서 돌렸지만, 이 또한 무시당했다고. A 씨는 자신의 편지가 찢긴 채로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A 씨는 “버려진 편지를 본 이후로 조금 남아있던 정도 다 떨어졌다”며 “물론 예쁜 아이들도 있지만 힘든 아이들 때문에 ‘번 아웃’이 와서 예쁜 아이들한테 사랑을 줄 힘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학을 갓 졸업해 열정이 넘쳤고 이것저것 많이 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하지만 한번 얕보이니까 계속 무시하고 조롱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떡하나”라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교권이 말이 아니다. 솔직히 처벌 강화돼야 한다”, “요즘 선생님들 정말 힘들다. 고생이 많다”, “우울증 비율 높은 직업 중 하나가 교사더라”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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