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나현 씨(27·여)는 최근 베란다에서 식용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아파트 농부’다. 바질 잎은 뜯어 감바스로 요리하고 로즈마리는 연유 커피에 올려 향긋함을 더하는 데 쓴다. 이 씨는 “식물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길러서 빵이나 방향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재택이 길어지며 작은 화분을 들이기 시작한 게 이젠 작은 텃밭이 됐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로 집안 곳곳을 반려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가 진화했다. 공기정화식물, 다육이처럼 키우기 쉬운 반려식물을 창가에 두는 수준을 넘어 독특한 식물을 수집하고 손수 분갈이까지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려식물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2일 온라인쇼핑업체 롯데온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식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급증했다. 식물을 오래, 더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각종 용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예도구(172%), 화병·화분(155%), 흙·비료(114%) 매출은 줄줄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플랜테리어를 위한 식물 종류도 보다 다양해졌다. 기존 공기정화식물, 다육이 등 관리가 편한 식물 위주로 키웠다면 최근엔 독특한 생김새의 수경재배식물(220%), 동양란(199%)이 급부상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최근 고객이 찾는 식물 종류가 다양해지고 분갈이, 영양제, 토분 등 관련 제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며 “화분째로 구매해 그대로 키우기만 했던 것과 달리 식물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며 중고거래 앱에선 고가 희귀종을 길러 값비싸게 판매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식물은 가지, 줄기 등 일부를 잘라 다시 심어 기르는 ‘삽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물계 명품 ‘몬스테라 알보’를 175만 원에 내놓는 판매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 몬스테라와 달리 이파리 무늬가 독특해 크기와 상태에 따라 한 줄기에 45만~90만 원대에 판매되지만 번번이 거래 완료되며 인기다.
집안 곳곳 늘어난 반려식물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거래로 되파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외출과 여행이 조금씩 활성화한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신모 씨(25)는 1년 가까이 키우던 화분 2개를 지난달 각 1만 원에 중고로 팔았다. 신 씨는 “지난해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식물을 사들였지만 여러 개가 쌓이자 관리하는 데 힘이 부쳤다”며 “등교까지 재개하면 식물을 죽일 것 같아 중고로 되팔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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