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사려고”…5개월 간 ‘작업녀’라 부르며 살인 공모한 친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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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1시경 전남 화순의 한 펜션. 보험설계사 박모 씨(20)는 여자친구 A 씨(20)에게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펜션으로 들어오는 진입로 입구에 선물을 가져다뒀으니 가지고 오라”는 제안을 했다. 펜션에서 진입로 입구까지 거리는 1㎞ 정도였다.

박 씨의 달콤한 제안에도 A 씨는 좁고 먼 길을 여자 혼자 간다는게 썩 내키지가 않았다. 결국 진입로 입구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펜션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박 씨의 재촉에 A 씨는 다시 선물을 가지러 혼자 길을 나섰고 도중에 유모 씨(20)를 만났다. 처음 보는 남성이었지만 A 씨는 “너무 무섭다”며 A 씨에게 같이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유 씨는 “알겠다”며 함께 길을 나섰다.

그런데 앞서 가던 A 씨에게 유 씨가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A 씨는 10여 곳에 상처를 입었고 유 씨는 흉기가 부러지자 A 씨의 목을 졸랐다. A 씨는 힘들게 유 씨를 뿌리치고 달아났다.

A 씨는 남자 친구인 박 씨의 행동을 의심했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5월부터 채팅앱을 통해 A 씨를 알게 됐다. 박 씨는 고교 동창인 친구 2명과 함께 A 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치밀한 계획을 짰다. 박 씨가 A 씨와 교제하는 척 하면서 A 씨 명의로 4억~5억 원 상당 사망 보험을 들어놓고 보험금 수령인를 자신으로 지정했다. 박 씨가 A 씨를 펜션 인근 숲길로 보내면 유 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임모 씨(21)는 차량도주를 돕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 씨가 범행 현장으로 오는 과정에서 타이어 펑크가 나면서 도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유 씨는 급한 마음에 박 씨의 차량 트렁크에 숨었지만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11일 살인미수 혐의로 박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박 씨 등 3명이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 등을 사기 위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 씨 등이 보험금을 노린 다른 범행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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