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 적응-돌봄 걱정에… 12살에도 어린이집 가는 장애아동들

이지윤 기자 ,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입력 2021-10-08 03:00수정 2021-10-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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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못 받을까봐 초등교 입학 미룬 장애아동 1295명
부모들 “학교 갈 준비 안돼 미뤄”… ‘취학유예’ 장애아동 85%가 6~8세
전문가 “장애 맞춤교육은 법적 권리… 아이 부족한 부분 학교가 가르쳐야”
보육공백-교육의질 우려도 걸림돌… “정부차원 장애아동 취학지원 필요”
전북에 사는 진아(가명·2008년생·여)는 매일 아침 학교 대신 어린이집에 간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다. 진아는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다. 체구는 일곱 살 아이와 비슷하고, 혼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동갑내기 친구들은 중학교를 다닐 나이지만 진아는 아직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의 돌봄 걱정 때문이다. 진아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아이의 노후 비용까지 모아야 해서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 가면 하교가 2시간 당겨지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아는 내년에 무조건 학교에 가야 한다. 만 12세인 올해까지만 장애아동을 위한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어서다.

7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진아처럼 나이가 됐는데도 학교에 가지 않는 장애아동은 전국에 1295명이다. 만 6세 어린이(초등 1학년)가 756명(전체의 58.4%)으로 가장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나이(만 12세)도 30명이다. 이들은 모두 학교 대신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정부가 국내 장애아동의 취학 유예 실태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생인 지적장애 아동 민지(가명·여)도 올해 특수학교 입학을 한 해 미뤘다. 그 대신 말이 서툴러 언어치료 센터를 다니고 있다. 청각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입술 모양을 따라 한 뒤 성대를 울려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학교에 가기 전에 ‘좋아요’와 ‘싫어요’ ‘선생님’ 세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다. 민지 어머니는 “누가 자기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겠느냐”라면서도 “보내더라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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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적응 걱정에 취학 미룬 부모들
초등학교 입학을 미루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장애아동 10명 중 8명이 넘는 1104명(85.3%)이 만 6∼8세 어린이다. 상당수는 이른바 ‘학교 갈 준비’ 때문에 취학 유예를 선택하고 있다. 장애아동 부모의 31.0%는 ‘장애 호전 후 입학하기 위해’라고 응답했다. 학교 적응이 어려워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부모도 28.0%에 달했다. 몸이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아동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그 부담을 대부분 부모가 감당하는 상황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7세 진호(가명)의 경우 특수학교 대신 일반 초등학교 진학이 목표다. 입학을 미룬 진호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숫자를 배운다. 숫자를 알게 되면 ‘열 셀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말하며 아이의 인내심을 기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어머니 박모 씨는 “아이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입학을 미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장애아동 교육의 책임을 학교 대신 학부모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 유형에 맞춰 교육받는 것은 장애아동의 법적 권리”라며 “아이가 부족한 부분은 학교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 취학 시 보육 공백 우려…맞춤교육도 어려워
장애아동이 학교에 입학하면 생기는 보육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어 취학 유예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마다 규모와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방과 후 돌봄 가능 인원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거나, 교사 부족 등으로 종일반 돌봄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이런 경우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 맞벌이 부모는 돌봄 문제 해결이 발등의 불이다.

또 장애아동을 위한 어린이집에서는 특수교사 한 명이 아동 3명을 지도한다. 같은 교실에서, 대부분 같은 유형을 가진 아동들과 한 교실에서 지낸다. 보육과 특수교육, 치료가 함께 이뤄지는 셈이다. 반면 학교에서는 특수교사 한 명이 장애학생 4명을 맡는다. 어린이집과 달리 학생들의 장애 유형이나 학년도 다른 경우가 많다. 권영화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 회장은 “학부모들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어린이집에 남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장애학생의 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어려워 입학을 미루는 상황도 생긴다. 중증 뇌성마비를 가진 경훈이(가명·8)는 몸이 휘는 ‘뻗침’ 증상이 심하다. 일과 중에 도와줄 활동보조사를 구하지 못해 끝내 특수학교 진학이 미뤄졌다. 강선우 의원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장애아동 부모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며 “취학을 원하는 장애아동들이 빠짐없이 취학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장애아동#보육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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