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공직자만 남편 직계존비속 재산공개…헌재 “위헌”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30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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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직자에게만 남편의 직계존비속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서울행정법원이 공직자윤리법 부칙 2조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여성인 A법관은 지난 2017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는 앞서 2016년 정기재산변동신고를 하면서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아닌 본인의 직계존속 재산을 등록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법관과 같이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사람은 본인, 배우자, 본인의 직계존비속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지난 2009년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재산까지 등록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부칙은 재산등록 의무자가 혼인한 여성이라면 개정된 법이 아닌, 기존 규정을 따르도록 명시했다. 즉 여성은 여전히 자신뿐 아니라 남편의 직계존비속 재산도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A법관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의 경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법관은 이 부칙이 헌법상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헌재는 A법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해당 법 조항은 헌법 11조1항이 정한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원칙, 헌법 36조1항상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여성 공직자에게만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주거나 남성 중심의 사회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의 공직자윤리법이 남녀 차별 인식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개정됐음에도, 해당 조항을 남겨둬 여전히 여성 공직자가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헌재는 이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한 여성 공직자가 다시 본인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차별적 제도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 관계자는 “절차상 편의의 도모나 행정비용의 최소화 등의 이유만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의 평등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제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결정 의의를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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