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딸 머리에 칼자국” 억장 무너진 제왕절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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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30일 1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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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의 오른쪽 머리에 칼 자국이 나있어 부모가 울분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의 오른쪽 머리에 칼 자국이 나있어 부모가 울분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열 달을 품고 드디어 마주한 딸의 머리에 칼자국을 발견한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제왕절개 수술을 잘 마친 줄 알았으나, 주치의의 의료과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후속 조치 역시 늦춰졌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기 머리가 메스에 베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3일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출산한 산모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아기가 나오자마자 얼굴을 바로 보고 싶어 하반신 마취만 진행했다.

A씨는 “딸은 오전 9시31분에 태지도 거의 없어 목욕한 아이처럼 너무 뽀송하게 나왔다”면서 “아기를 감싸고 있는 속싸개 쪽에 피가 묻어 있어 간단한 세안과 처치 후 아기는 아빠 얼굴을 보러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후 A씨는 임신 초기 때부터 인지하고 있던 자궁 근종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계속 누워있었다. 그는 “근종 제거와 후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몸이 많이 흔들리고 당기니 언제든 수면마취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꾹 참았다”면서 “수술 종료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마취과 선생님은 수면마취제를 들고 와 재워준다고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거라며 나를 재웠다”고 했다.

근종 제거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뜬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아기의 오른쪽 머리를 메스로 같이 그어 봉합을 해야 하고, 감염 우려가 있어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나도 아기를 봤고, 신랑도 아기와 인사를 했는데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수술 종료 직후에야 의사가 신랑한테 이야기했다더라”면서 “주변에 대학병원 위주로 알아보고 이야기해주겠다는 주치의는 수술 후 외래진료를 태연하게 보고 있고, 아기는 태어난 지 3시간여 만인 자정이 넘어 강남세브란스로 옮겨졌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담당 주치의는 자궁 근종의 영향으로 아기 머리가 자궁벽에 붙어 있어 실수로 일어난 사고고, 출혈이 있어 시야 확보가 안됐다며 본인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서 “그러나 아기를 꺼내는 과정이 힘들 거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아기를 꺼내고 근종을 제거했는데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면마취도 마취과 의사의 권유였는데 신랑은 내가 요청한 줄 알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는 “아기가 다친 것도 속상한데 큰 병원으로 이송하기까지 후속 조치는 오래 걸렸고, 주치의 설명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아기를 낳은 지 일주일이 흘렀고, 봉합한 자리는 아직 실밥 제거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은 본원 발생 비용과 아기가 간 세브란스 병원 비용만 지불한 상태다. 그 외엔 아무런 연락도, 대처도 없는 상황”이라며 “후속 처치가 늦어졌음에도 응급차가 아닌 사제 승합차를 타고 갔다더라. 정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무책임한 대처다”라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아기 머리를 볼 때마다 이 병원을 선택하고 제왕절개를 선택한 저 자신이 너무 죄스럽다”면서 “출산 후 몸조리는커녕 매일 잠도 못 자고 울고만 있다. 조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리꾼들은 “대처가 너무 별로다”, “아기 태어나고 세브란스로 옮겨지기 전까지 병원은 뭐 했냐”, “너무 무책임하다”, “왜 바로 부모한테 알리지 않았느냐”, “아기도 산모도 잘 회복하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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